▲ 수원지법
자녀에게 흉기를 던지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모친이 선고 당일 법정에서 종전 입장과 달리 범행을 부인하고 자녀를 탓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재판 절차를 다시 밟게 됐습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 302호 법정에서 40대 A 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 등 선고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에 앞서 A 씨의 범죄사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주거지에서 초등학생 자녀인 피해 아동의 뺨을 밀치고 흉기를 집어던져 가슴 부위를 맞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지난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는 자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자녀들이 식사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계란찜을 던지며 거친 말을 쏟은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A 씨의 아동학대 범행은 피해 자녀가 경찰에 직접 신고하면서 알려졌습니다.
그는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몸을 밀치고 손을 물어 피가 나게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제가 일부러 공소사실이 길지만 다 읽었다. 들어보니 어떠한가"라고 피고인에게 물었습니다.
선고에 앞서 피고인의 반성과 향후 재발 방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A 씨는 "반성한다. 어른이니까 더 잘해야 했는데, 아들이 저보다 힘이 세고 제가 제압을 당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듬고 다독거려야 했는데, 제가 소리만 질러도 아들이 계속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부장판사가 "저도 아이를 키운다. 애가 말을 안 들으면 화가 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애한테 칼을 던질 수 있나"고 지적하자, A 씨는 "저 칼 안 던졌다. 아이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보다 제가 칼을 던진 거로 인정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자녀들에게 계란찜을 던진 것도 부인하냐는 재판장 말에 "그때 계란찜을 먹지도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 저를 속이는 것이냐.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와 반성문에는 다 반성하는 것처럼 써놓고 여기선 전혀 잘못한 게 없고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하느냐"며 "다시는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어야 제가 선처를 하든지 하지 않겠느냐"고 꾸짖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영장 심사도 받았다. 그만큼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중하게 봤다는 건데 어떻게 이렇게 경각심이 없을 수 있냐. 기록상 굉장히 반성하는 것으로 보여 이 사건 빨리 종결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이 상태로는 선고를 할 수 없다. 변론을 재개해 양형 조사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양형 조사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가정환경,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전문 양형 조사관이 전화나 가정 방문, 대면 조사 등의 방법으로 가정 양육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의 변론 재개 및 양형 조사 결정은 A 씨가 제출한 반성문 등 기록상 나타난 내용과 선고 법정에서의 발언 및 태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면밀한 조사를 거쳐 선고 형량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A 씨 재판은 이 같은 양형 조사를 거친 뒤 10월 20일로 예정된 공판기일 이후 다시 선고 기일이 지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