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시간으로 오늘(9일) 새벽 콘클라베가 진행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이끌 새로운 교황이 뽑힌 겁니다. 69세의 미국 출신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교황명은 레오 14세를 선택했는데요.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한 건 사상 처음입니다.
김경희 기자입니다.
<기자>
콘클라베 이틀째 오후,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광장의 신자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우리는 새로운 교황을 맞이합니다.]
새 교황 선출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잠시 후 교황의 예복으로 갈아입은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등장했습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입니다.
[레오 14세 교황 :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제267대 신임 교황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했습니다.
노동의 가치와 공동선을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레오 14세 교황 : 우리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나의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를 하는 교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번 콘클라베 결과는, 초강대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하지는 않는다는, 바티칸의 암묵적 규범을 깬 깜짝 선출이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지만, 레오 14세 교황의 사목 활동은 페루 빈민촌과 오지가 중심이었습니다.
20년 동안 페루에서 활동하며 페루 국적도 취득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 (2023년 3월 페루 대주교 당시) : 북부 지역 교구 안에는 홍수 피해 마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페루가 손을 내밉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지난해 추기경 서임 이후 1년 반 만에 교황에 오른 그는, 빈민과 약자를 위해 살아온 발자취가 전임 교황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본인의 생각을 밝힌 적이 많지 않지만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 사제 서품이나 동성애자 문제에서는 전통적인 교회 입장에 가깝다는 평가지만, 불법 체류자 추방을 옹호한 미국 밴스 부통령을 SNS에서 비판하는 등 이민자 문제에선 진보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금 평화와 통합의 다리를 놓자는 신임 교황의 행보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