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판단 못지않게 논란이 된 것은 형량이었습니다. 애초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벌금 100만 원'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확정될 경우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피선거권 5년 제한) 민주당이 대선 이후 보전받은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기준이 벌금 100만 원이기 때문입니다. 예상과 달리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자 여야 모두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 이재명 대표 1심 형량,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양형기준 분석
그렇다면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에게 선고한 형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받은 정치인들이 적지 않지만 각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니 형량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양형기준에 따른 것인지는 따져보는 것이 공정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기준은 모든 법관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법원조직법 81조의7 1항은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관이 자의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기준도 아닙니다. 이어지는 81조의7 2항에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벗어날 경우에는 별도의 이유를 적어야 하는 권고적 기준입니다.
이번에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선거범죄 양형기준 중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합니다.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양형기준에 제시하고 있는 권고 형량범위는 '기본'이 10개월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800만 원 벌금형입니다. 그러나 양형기준은 권고 형량이 "가중"되는 경우와 "감경"되는 경우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중되는 경우 권고 형량은 징역 8개월~징역 2년 또는 벌금 500 ~ 1,000만 원입니다. 감경되는 경우 권고 형량은 벌금 70 ~ 300만 원입니다.
즉, 100만 원 미만 벌금형 선고는 가중적 권고 형량범위는 물론 기본 권고 형량범위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양형기준을 준수하는 한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감경되는 권고 형량범위에 해당할 경우에만, 그것도 그 감경 형량범위에서 하한선에 가까운 형량을 선택할 때만 100만 원 미만 벌금형 선고가 가능합니다. 양형기준을 준수하면서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 사건에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을 선고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셈입니다. 법관들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100만 원 미만 벌금형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일을 막기 위한 양형위원들의 고려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형량 범위를 가중하고 감경하는 것은 무엇이 결정할까요? "특별양형인자"가 결정합니다. 특별양형인자는 형량 범위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인자로 양형기준이 특별히 지정하고 있는 요소들입니다. 특병양형인자의 개수에 따라서 권고 형량범위가 '기본'이 될지, '가중'이 될지, 아니면 '감경'이 될지 결정됩니다. (일반양형인자라는 개념도 있는데, 일단 특별양형인자에 따라 권고 형량범위가 결정된 이후에, 해당 형량 범위에서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하는 인자입니다.)
양형기준에는 특별양형인자에 근거해 형량범위를 결정하는 원칙이 제시돼 있습니다.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요소가 큰 경우에는 가중적 형량범위를, 감경요소가 큰 경우에는 감경적 형량범위를, 그 밖의 경우에는 기본적 형량범위를 선택할 것을 권고한다." 즉, 피고인에게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보다 더 많을 때는 가중적 형량범위를, 그 반대의 경우에는 감경적 형량범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에게 적용된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특별양형인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피고인에게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와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 비방,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에는 모두 동일한 특별양형인자가 적용됩니다.)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 특별양형인자] (출처: 양형기준)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 판단을 근거로 특별양형인자를 검토하면 우선 피고인에게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경요소 대부분은 1심 재판부 판단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이재명 대표 사건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검토해 볼 수 있는 감경요소는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비방의 정도가 약한 경우"인데 1심 재판부가 "범행 내용은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적어도 1심 판결에서는 해당 감경요소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는 어떨까요? 1심 재판부 판단을 토대로 분석하면 적어도 2개의 가중요소가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상대방이 상당히 다수이거나 전파성이 매우 높은 경우"입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허위라고 판단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방송을 통해 이뤄졌거나 널리 전파될 것이 애초부터 분명했던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는 점을 양형의 이유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동종 전과(벌금형 포함)"입니다. 이 역시 객관적으로 명확한 가중요소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2011년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 원 형을 확정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동종 전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1심 재판부 역시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는 점을 양형 이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다만 판사에 따라서는 확정 후 10년이 넘은 전과에 대해서는 사실상 실효되었다고 보고 양형 인자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판사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대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양형기준 자체에는 확정 후 10년이 지난 동종 전과를 무시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2011년에 확정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동종 전과로 보는 것이 문언에 보다 충실한 해석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 가중요소 외에도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 역시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해당된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중략) 범행 내용은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형기준이 제시하고 있는 해당 양형인자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객관적으로 해당되는 것이 명확한 앞의 두 가중요소와 달리 이 대목에선 해석이 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형인자의 정의] (출처: 양형기준)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 - 후보자의 불륜, 성매수, 부동산투기, 뇌물수수 등 비위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에 관계되는 경우 - 후보자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살포 등 중대한 선거범죄를 범하였다는 사실과 관계되는 경우 -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
1심 재판부가 판결문 등에 명시한 문장만 살펴보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비위와 관련된 구체적 사실에 관계되는 경우"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 1심 판결에서 적용되는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는 3개가 됩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대표의 발언이 양형기준에서 정의하고 있는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에 명확히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면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를 선택한 이유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집행유예에 대해서 분석할 때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정리하면, 1심 재판부 판단에 기초해 분석하면 유죄로 판단된 이재명 대표의 허위 발언들에 대해 적용되는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는 없습니다. 반면 1심 재판부 판단에 기초할 경우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는 적어도 2개 이상입니다.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가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보다 많기 때문에 양형기준에 따르면 권고형량은 일단 "가중"된 권고형량 즉, 징역 8개월 ~ 2년 또는 벌금 500 ~ 1,000만 원이 됩니다.
■ 양형기준 권고 형량범위: "징역 8개월 ~ 징역 4년 6개월 또는 벌금 500 ~ 2,250만 원"
하지만 권고 형량범위 결정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면과 시간의 한계상 TV방송을 위한 짧은 기사에서는 더 언급하지 못했지만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 양형기준에 제시돼 있습니다. 바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가 유리한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으면 "가중" 영역의 권고형량의 상한선에서 1/2을 추가하라는 원칙입니다.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범위의 특별조정] (출처: 양형기준)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 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한다." |
앞서 살펴봤다시피 1심 재판부 판단에 기초해 분석하면 특별가중인자는 2개 이상 존재하고 특별감경인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가중 영역의 권고 형량범위의 상한이 1/2 늘어나게 됩니다.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범위가 징역 8개월 ~2년 또는 벌금 500 ~1,000만 원이 아니라 징역 8개월 ~ 3년 또는 벌금 500 ~ 1,500만 원로 상한선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 유죄로 판단되는 범죄 개수가 2개 이상일 경우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라고 양형기준은 권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유죄 판결된 범죄들이 형법 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재명 후보의 발언 중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친 사실을 부인하는 2021년 12월 발언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2021년 10월 발언은 각각 별개의 범죄에 해당된다는 뜻입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1심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2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경우 양형기준은 형범 37조에 규정돼 있는 경합범 가중 원칙에 입각한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서 권고 형량범위를 다시 정하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2개의 다수범에 있어서는, 기본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에 다른 범죄의 형량범위 상한의 1/2을 합산하여 형량범위를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에는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2개의 범죄가 모두 동일한 범죄, 즉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본범죄는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됩니다. 그리고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앞서 특별가중인자 개수에 따른 형량범위 특별 조정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수범죄 처리 기준에 따른 형량범위 조정은 권고형량 범위의 상한을 일단 올려놓은 다음에 적용됩니다. 즉, 2개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징역 8개월 ~ 3년 또는 벌금 500 ~ 1,500만 원에서 다시 상한선의 1/2이 가중됩니다.
따라서 양형기준에 따르자면 징역 8개월 ~ 징역 4년 6개월 또는 벌금 500 ~ 2,250만 원이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에 최종적으로 권고되는 형량범위인 것입니다.
(참고: 양형기준에는 "경합범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상 하나의 범죄로 취급되는 경우 외에는" 다수범죄 가중방법을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여기에서 말하는 "양형기준상 하나의 범죄로 취급되는 경우"는 하나의 범죄에 수반되는 다른 범죄가 있을 경우를 뜻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 해석입니다. 즉, 사문서위조에 위조된 사문서행사는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다수범죄로 보지 않고 "양형기준상 하나의 범죄로 취급되는 경우"로 해석해 다수범죄에 따른 추가 가중을 안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완전히 다른 2개의 범죄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항에 해당하는 범죄를 2번 이상 저질렀다고 해도 다수범죄로 보고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 해석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입니다. 양형 기준 권고 형량범위를 넘어선 형량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권고 형량범위 상한선보다는 하한선 쪽에 훨씬 더 가까운 형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징역 2년 이상을 선고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거의 없었습니다. 이재명 대표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경우에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보다 '올려치는' 경우는 생각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상한은 징역 2년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형의 집행을 유예한 1심 재판부 판단은 양형기준을 준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 재판부는 왜 집행유예를 선택했나?
양형기준은 집행유예 판단과 관련해서도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집행유예 참작사유의 평가 원칙] (출처: 양형기준)
권고되는 형이 징역형인 경우 그 집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주요참작사유는 일반참작사유보다 중하게 고려함을 원칙으로 하되, 권고 기준은 아래와 같다. ① 주요긍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긍정사유가 주요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집행 유예를 권고한다. ② 주요부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부정사유가 주요긍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실형을 권고한다. ③ 위 ① 또는 ②에 해당하나 일반부정(긍정)사유와 일반긍정(부정)사유의 개수 차이가 주요긍정(부정)사유 와 주요부정(긍정)사유의 개수 차이보다 많은 경우이거나, 위 ① 또는 ②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집행 유예 참작사유를 종합적으로 비교ㆍ평가하여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한다. |
즉, 주요부정사유가 주요긍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실형 선고를 권고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요가 아닌 일반긍정사유와 일반부정사유의 개수 차이가 주요부정사유와 주요긍정 사유의 개수 차이보다 많으면 여러 사유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집행유예 판단을 위해 양형기준에서 정해놓은 주요부정사유(집행유예를 부정하고 실형을 검토해 하는 사유)가 2개이고 주요부정사유가 0개지만, 주요가 아닌 일반긍정사유가 3개이고 일반부정사유가 0개이면 집행유예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양형기준에서 집행유예와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주요참작사유’는 무엇이고, ‘일반참작사유’는 무엇일까요?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경우 아래와 같은 목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 집행유예 기준] (출처: 양형기준)
주목할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권고 형량범위를 설정할 때 특별양형인자에 포함되어 있던 “동종 전과(벌금형 포함)”가 집행유예를 위해 참작해야 하는 사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권고 형량범위를 가중 영역으로 올리는 요인이었던 특별양형인자(가중요소)는 2개 이상이었지만, 집행유예 여부 판단을 위한 주요참작사유는 해석에 따라서 1개에만 해당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상당히 다수이거나 전파성이 높은 경우”는 집행유예 여부 판단을 위한 주요참작사유(부정적)에 여전히 포함돼 있지만 "동종 전과"는 집행유예 판단의 참작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주요참작사유(부정적)이 2개가 될 수도, 1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주요참작사유가 2개인지 1개인지가 왜 중요할까요?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주요참작사유(부정적)이 2개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이 권고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검토해야 하는 주요참작사유(긍정적)은 1심 판단에 기초한다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부정적 주요참작사유가 2개 이상이면 양형기준상 집행유예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권고 형량범위 가중을 위한 특별양형인자이자 동시에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을 검토해야 하는 주요참작사유(부정적)인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에 이재명 대표 행위가 해당되는지를 1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여부가 집행유예 선고가 양형기준을 준수한 것인지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1심 재판부가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중략) 범행 내용은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이라고 판결문 등에 명시했기 때문에 문언상으로는 이 대표의 행위가 집행유예를 부정하는 주요참작사유에 대항된다고 판단한 것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재판부는 “매우”라는 수식어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은 양형기준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의 행위를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면 부정적 주요참작사유가 2개 이상이 되고 따라서 양형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집행유예가 아니라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일반참작사유가 3개 이상이고, 부정적 일반참작사유가 하나도 없다면 부정적 주요참작사유가 2개라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이재명 대표 사건의 경우에는 긍정적 일반참작 사유가 3개 이상이라고 보기는 객관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위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 집행유예 기준' 표 참조]
정리하자면,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의 행위를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면, 양형기준이 제시하는 집행유예 여부 판단을 위한 부정적 주요참작사유가 2개 이상이 되면서 집행예유가 아닌 실형 집행이 권고되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1심 재판부가 이 대표의 행위가 집행유예를 부정하는 주요참작사유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도 양형기준을 이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양형기준을 명시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재판부가 양형기준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양형기준을 판결문에 반드시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양형기준과 다른 별도의 양형 이유를 판결문에 적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대부분 양형기준을 판결문에 제시하고 양형기준에 맞춰서 형량을 정했다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가 양형기준을 판결문에 제시하지 않고 별도의 "양형의 이유"를 쓴 것은 집행유예 여부 판단을 위한 주요참작사유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애매한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형량이 양형기준의 상한을 넘긴 이례적 형량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양형기준에서 실형을 선고하라고 권고하는 상황인데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최근 경향과 달리) 양형기준을 판결문에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왜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일까요? 앞서 분석한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서 양형기준이 권고하는 형량범위는 ‘징역 8개월 ~ 4년 6개월 또는 벌금 500 ~2,250만 원’입니다.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했다면 집행유예 여부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양형기준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했더라도 권고 형량범위 하한선이 500만 원이기 때문에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고 확정 후 5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피선거권 5년 제한) 대선 관련해 민주당이 보전받은 자금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결과도 동일합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피선거권 제한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지만 이재명 대표에게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는 다음 대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5년 제한과 10년 제한의 차이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로서는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다면 집행유예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판사들 내심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재판을 둘러싼 여러 외부적 사정이 벌금형 대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택한 요인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만 가능할 뿐입니다.
■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
1심 재판부 판결은 2심에서 전면적 재검토 대상이 됩니다. 양형이유는 물론이고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다시 검토합니다. 2심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전부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고,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행위 중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적용되는 양형기준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심지어 2심 재판부가 유무죄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한 판단을 하더라도 양형사유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을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고 재판부가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양형기준과 비교해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가 공식적인 기준을 준수한 판결을 한 것인지, 혹시 민감한 사건이라고 기준보다 너그러운 형량을 선고한 것이 아닌지, 아니면 여러 이유로 기준보다 가혹한 형량을 선고한 것이 아닌지 따져보는 것은 감시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된 지 이제 하루가 지났지만 벌써 격렬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판결을 칭송하며 사법부에 경의를 표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판결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개혁'하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 쪽 모두에게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국회 프락치 사건, 윤재구 의원 횡령 사건 재판 등에서 당시 정부 입장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이승만 대통령은 1956년 국회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사법부를 정면 공격합니다. 이에 대해 김병로 대법원장은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받아쳤습니다. 김병로 선생이 살아있다면 요즘 상황을 보고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든, 김병로 전 대법원장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든 모두 유념했으면 하는 일화입니다. (끝.)
▶ 선거범죄 양형기준과 관련 자료는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sc.scourt.go.kr/sc/krsc/criterion/criterion_21/election_01.jsp#tabs-0
■ 덧붙이는 말 (2024년 11월 17일 작성): 현행 선거범죄 양형기준은 2023년 4월에 수정돼 2023년 7월부터 시행된 것이지만, 선거범죄 중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권고 형량범위는 지난 2012년 선거범죄 양형기준 첫 시행 이후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의 권고 형량범위가 2023년부터 올라갔다’는 것은 사실과 달라서 원문에서 이와 관련된 표현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