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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산 '천궁-Ⅱ' 4조 수출 임박…4년 전 양산 막았던 그들, 왜 그랬을까

[취재파일] 국산 '천궁-Ⅱ' 4조 수출 임박…4년 전 양산 막았던 그들, 왜 그랬을까
▲ UAE 4조 수출이 임박한 국산 중거리 요격체계 천궁-Ⅱ 포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공동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 천궁-Ⅱ의 UAE 수출이 임박했습니다. 그제(16일) UAE 국방부가 트위터를 통해 천궁-Ⅱ 도입 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UAE 국방부는 천궁-Ⅱ의 계약 규모를 35억 달러, 우리 돈 4조 1천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 한-UAE의 막판 협상이 한창인데 연말 계약 체결이 기대됩니다.
 
성사되면 단일 국산 무기 수출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참 반가운 소식인데 청와대, 국방부, 방사청은 조용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 청와대와 국방부는 막 개발이 끝난 천궁-Ⅱ의 양산을 적극 막았습니다. 그들 뜻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뜻 있는 사람들이 힘 합쳐 저항하지 않았다면 UAE 4조 수출은커녕 천궁-Ⅱ는 지구 상에 존재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늘 국방부 정례 브리핑 때 "그때 왜 그랬냐"고 물었는데 국방부 측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천궁-Ⅱ의 숨통을 끊어라!

천궁-Ⅱ는 2017년 6월 전투적합판정을 받았습니다. 스커드, 노동미사일과 레이더 전파 반사 면적이 똑같이 설계된 표적탄이 음속 몇 배 속도로 낙하하는 것을 맞춰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실시된 5차례 요격 시험에서 100% 명중을 기록한 결과입니다. 개발 대성공입니다.

요격 시험 중 발사되는 천궁-Ⅱ 미사일
 
다음 절차는 본격적인 생산, 즉 양산입니다. 이때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전면에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이 섰습니다. 양산 재검토, 사실상 양산 포기를 밀어붙였습니다. 2017년 10월 31일 국회에서 송영무 전 장관은 "이지스가 곧 들어오는데 그것(천궁-II 양산)을 하면 낭비다, 돈을 먼저 생각했고, 그 다음에 전술적인 생각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함대공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건조하니 천궁-Ⅱ 양산은 돈 낭비, 중복 투자라는 논리입니다.
 
애써 개발한 최신형 국산 무기를 사장시키려는 의도가 이해되지 않아 청와대에 물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SBS 기자에게 "천궁-Ⅱ는 굉장히 노후된 무기이고, 5년 이내에 폐기돼야 할 모델", "굉장히 후진적인 모델"이라고 답했습니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천궁-Ⅱ를 없애는 데 단단히 합의를 봤던 모양입니다.

많은 이들이 온갖 음해를 감수하고 힘껏 반대했습니다. 천궁-Ⅱ 10개 미만 포대와 요격 미사일 수백 발을 전력화할 예정이었는데, 이것이 빠지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는 허리가 뻥 뚫립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양적, 질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천궁-Ⅱ입니다. 여러 매체들이 양산 추진을 압박했고, 정부는 마지못해 양산을 결정했습니다.

2017년 국군의날 행사에 공개된 천궁-Ⅱ 발사대
 

그럼에도 얼굴 들이미는 방사청의 자화자찬 DNA

국방부와 청와대의 반대를 뚫고 구사일생 양산된 천궁-Ⅱ는 작년 11월부터 전력화됐습니다. 방사청은 전력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별도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는데, 다층방어유도무기사업팀장이라는 인물이 전격 등장해 마치 방사청의 공(功)인양 "어떠한 탄도탄 위협에도 대응 가능한 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해 국민 여러분을 안심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궁-Ⅱ가 숨 넘어갈 때 한마디 않던 방사청이 천궁-Ⅱ의 활약이 시작되자 약삭빠르게 숟가락을 얹은 꼴입니다. 때 맞춰 작년 이맘때 강은호 방사청장이 차장 직을 버리고 국방과학연구소장으로 가려는 과정에서 온갖 편법이 횡행했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천궁-Ⅱ 살린 덕으로 LIG넥스원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음해 공격이 뒤따랐습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 음해 공작의 뿌리가 방사청에 있다고 보고 있는데, 방사청은 천궁-Ⅱ의 전력화를 공치사한 것입니다.
 
방사청은 자화자찬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지난 11일 KF-21 한-인니 분담금 재협상이 타결되자 강은호 청장은 "120% 만족한다"고 정신 승리적 발언을 했고, 방사청의 KF-21 사업 책임자는 "방사청장이 열심히 뛰어서 신속한 결과가 있었다"고 강 청장을 추켜세웠습니다. 받을 돈 받기로 한 것뿐이고, 거기에 인도네시아 분담금 1조 6천억 원 중 30%는 현지 특산물이 유력한 현물로 대납하는 것인데 방사청은 쾌거라고 자화자찬입니다.

천궁-Ⅱ의 UAE 수출이 잘되면 천궁-Ⅱ는 앞으로 탄탄대로를 걸을 예정입니다. 다른 나라로 추가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천궁-Ⅱ의 UAE 수출이 최종 확정될 때, 또 추가 수출의 소식이 들려올 때 청와대, 국방부, 방사청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4년 전에 왜 그랬는지 속 시원하게 밝혀줬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압력을 딛고 천궁-Ⅱ 수출의 9부 능선을 넘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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