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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제일기획 매각설' 현실로…급변하는 '이재용의 삼성'

1982년 어느 날 제너럴일렉트릭의 잭웰치 회장이 부인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펜을 꺼내 들고는 냅킨에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각각의 원에 핵심사업, 첨단기술, 그리고 서비스라고 적고는 원 안쪽에 들어가는 사업만 남기고 원 바깥에 해당하는 사업들은 죄다 정리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요즘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속해서 비주력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에는 차이점이 있어 보입니다. 한세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최근 화학과 방산을 팔고, 전자와 금융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고 있는 삼성에서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등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광고 부문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매각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내부에서는 이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임직원의 몇 %가 감원될지, 희망퇴직금은 얼마가 될지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까지 나돌고 있는데요, 상대가 세계 3위 광고사인 프랑스의 퍼블리시스라서 만약 매매가 성사된다면 해외 영업망을 넓힐 수 있게 되고, 또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되니 제일기획의 지분을 넘기는 게 전혀 이상할 것 없다는 게 회사 안팎의 인식입니다.

물론, 제일기획이 소유한 국내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소속 스포츠 구단은 어떻게 할지, 또 삼성전자의 광고물량이나 사장의 임기는 몇 년간 보장할지 등 협상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일기획 매각설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미 인사평가가 시작됐다고 하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가 저성과자로 평가돼 회사를 떠나야 하는 건 아닐지, 이름도 낯선 외국 회사로 옮겨야 하는 건지, 불안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아예 매각 전에 먼저 다른 계열사로 옮겨가려고 애쓰는 직원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제일기획이 서울 용산에 있는 본사 별관을 처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직하게 될 자사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지급하게 될 위로금의 재원 마련 차원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을 오래 연구해온 한 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과거 이건희 회장 때는 이성복 시인이 말한 것처럼 모두 병들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상실의 시대에 가까워서 기업이 나가야 할 구체적인 지향점을 조직원들이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이죠. 과연 이재용 시대의 삼성그룹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 [취재파일] 삼성그룹은 왜 '제일기획'을 매각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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