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삼성그룹 19개 관계사가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하며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규모 정기 공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의 대규모 공채는 첨단 인재 확보와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 수요가 맞물리는 지점이 되고 있습니다.
SSAFY 등 자체 교육 인프라를 통한 기업 주도형 인재 육성은 한국 노동시장의 기술 불일치(Skill Mismatch)를 메우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대기업 수시 채용 전환 속 홀로 남은 '70년 전통의 문'
9월 8일, 삼성 채용 홈페이지 '삼성커리어스'에서 지원서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등 19개 관계사가 일제히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나섰습니다. 지원서 접수는 15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직무적합성 평가,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면접, 건강검진 순으로 진행됩니다. 소프트웨어 직군은 GSAT 대신 코딩 역량 테스트를, 디자인 직군은 포트폴리오 심사를 치릅니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70년째 이 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이른바 4대 그룹 가운데 정기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지금, 삼성만 남았다는 얘기죠.
삼성은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와 함께 청년 고용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업인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게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삼성은 2022년 향후 5년간 8만 명, 연평균 1만 6,00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대규모 고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 청년 구직자가 '삼성 공채'에 몰리는 구조적 이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청년 고용의 구조적 문제로 교육과 노동시장의 불일치,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과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지적합니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7%에 달했습니다.
OECD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과 고용 안정성, 복지 등의 격차가 크고,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분석합니다.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늦추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삼성 공채는 단순히 한 기업의 채용 공고가 아니라, 청년 구직자들에게 여전히 가장 크고 예측 가능한 대기업 정규직 진입문 가운데 하나인 셈입니다.
3. 반도체·AI 설비투자와 글로벌 인재 선점 경쟁
올해 하반기 공채를 둘러싼 산업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시장의 급격한 확대입니다.
OECD는 최근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AI 반도체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설비와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투자가 실제 생산과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이를 설계하고 개발하고 생산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반도체·AI 산업에서 인재 확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투자를 실제 경쟁력으로 바꾸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겁니다.
인재 부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 2030년까지 약 11만 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이 가운데 약 6만 7,000개의 일자리는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럽회계감사원(ECA) 역시 EU 반도체 산업이 숙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중소기업의 53%는 직원들의 관련 기술 부족을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습니다.
결국 첨단 산업 경쟁은 공장을 얼마나 크게 짓고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느냐의 경쟁인 동시에, 필요한 숙련 인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의 경쟁이기도 합니다.
4. 스펙 너머 '실무 역량' 공급자로 나선 기업
삼성은 공채 외에도 다양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삼성청년SW·AI아카데미(SSAFY)'입니다. 서울, 대전, 광주, 구미, 부산 전국 5개 캠퍼스에서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소프트웨어·AI 교육을 제공합니다. 연간 2,000명 안팎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2019년부터 지금까지 수료생 가운데 9,400여 명이 국내외 2,600여 개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 대상을 대학 졸업생에서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는 OECD가 지적한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바로 교육 현장에서 습득한 능력과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 사이의 불일치, 이른바 '스킬 미스매치(Skill Mismatch)'입니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교육해 산업 현장에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겁니다.
5. 첨단 인재 경쟁, 그리고 드러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삼성의 채용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습니다. 삼성은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고, 1995년에는 지원 자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며 '열린 채용'을 확대했습니다.
필요로 하는 인재의 구성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 자료를 보면 글로벌 개발 직군 인력은 2023년 약 8만 4,000명에서 2025년 약 8만 9,000명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제조 직군 인력은 약 11만 명에서 약 10만 3,000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제조 인력이 여전히 개발 인력보다 많지만 첨단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구·개발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 공채의 인기를 OECD가 지적해온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해 보면 또 다른 측면도 보입니다. 삼성의 공개채용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개방적인 채용 방식일 수 있어도, 수많은 청년이 소수 대기업의 채용 기회를 기다리는 현상 자체는 한국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 부족'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겁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 격차가 크다 보니, 청년들이 아무 일자리나 갖기보다는 '삼성 같은 일자리'를 목표로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삼성 공채가 70년째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삼성이라는 기업의 독특한 인재 선발 방식만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반도체·AI 시대에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동시에 왜 한국 청년들이 여전히 소수의 '좋은 일자리' 앞에서 긴 줄을 서는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Deep Dive Q&A
Q1. 다른 4대 그룹(SK, 현대차, LG)은 왜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나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필요한 직무의 인재를 그때그때 확보하고, 직무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빠르게 투입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삼성은 대규모 공채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 뒤 자체 교육을 거쳐 육성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공채 유지의 배경으로 미래 산업을 위한 인재 확보와 청년들에게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2. SSAFY 같은 기업 주도형 교육 프로그램이 청년 고용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나요?
대학교육과 실제 산업 현장 사이의 기술 불일치(Skill Mismatch)를 빠르게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OECD도 한국 노동시장에서 교육과 산업 수요 사이의 기술 불일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SSAFY 역시 과거 공개된 수료생 기준 80%가 넘는 취업률을 기록하는 등 기업이 직접 필요한 실무 역량을 교육하는 인재 육성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이런 기업 교육만으로 청년 고용 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고용 안정성 격차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 합니다.
Q3. 삼성의 대규모 R&D 투자와 공채 유지가 한국 경제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반도체·AI 경쟁에서는 기술과 설비뿐 아니라 이를 개발하고 운영할 숙련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공채, 자체 인재 교육은 이런 인력 공급 기반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삼성 공채에 많은 청년이 몰리는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고용 격차,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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