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GLP-1 호르몬을 활용한 비만 치료제는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가능하게 하지만, 약물 투여 중단 시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과 가격 부담 문제가 존재합니다.
비만은 유전적, 호르몬적 요인 등 개인 통제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병이며, 뇌졸중, 심장 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저소득층 지역은 '식품 사막' 현상으로 건강한 식재료 접근이 어려워 비만율이 높지만, 고가의 비만 치료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에게만 접근성이 좋아 비만 치료의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2026년 붉은말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구독자 여러분 모두 원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운동을 시작하거나 다이어트를 해내겠다는 마음을 먹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면서 과거보다는 손쉽게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합니다. 오늘 오그랲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핫한 약 비만치료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제약사들의 이야기와, 그 이면에 가려진 불평등 문제를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주사 한 방이면 비만 정복? 이제는 '먹는 비만약'도 나왔다
오늘의 이야기는 덴마크의 생리학자, 아우구스트 크로그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우구스트 크로그는 우리 몸의 골격근이 모세혈관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밝혀낸 공로로 192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어요.
노벨상 수상 이후, 크로그 박사는 북미 지역으로 강연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인생을 바꿀 사건을 맞게 됩니다. 당시 토론토에서는 막 인슐린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었는데요. 이 소식이 크로그 박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부인인 마리 크로그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거든요.
크로그는 프레더릭 벤팅을 비롯한 토론토 대학교 연구진들로부터 북유럽에서도 인슐린을 제조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고, 더 나아가 아예 인슐린을 연구하고 생산할 수 있는 회사까지 설립합니다. 그게 바로 노디스크 인슐린 연구소였습니다. 이 연구소가 지금의 노보 노디스크가 되었고요.
노보 노디스크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를 필두로 희귀병 치료 약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인슐린의 절반 이상이 바로 이 노보 노디스크에서 생산되고 있죠. 노보 노디스크에서는 더 효과가 좋은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과학자들에 의해 강력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호르몬이 발견됩니다.
우리가 배가 고프면 우리 몸에서는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이라는 녀석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식전에는 그렐린의 수치가 늘어나고 밥을 먹고 나면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죠.
그렐린과는 반대로 음식을 섭취하면 수치가 확 늘어나는 호르몬들도 있습니다. GIP, GLP-1, PYY 같이 장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인데요. 이 친구들은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이렇게 분비량이 늘어나서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해 줍니다.
장 호르몬 가운데서도 과학자들이 주목한 건 강력한 혈당 조절 능력을 가진 GLP-1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전 세계 제약사들은 이 GLP-1을 활용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죠.
뛰어든 제약사 가운데에는 당연히 노보 노디스크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그리고 노보 노디스크는 결국 GLP-1을 활용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개발해 냅니다. 그런데 실험 과정 중에 이상한 부작용이 보고가 되는 겁니다. 오젬픽을 맞은 당뇨병 환자들 대다수가 살이 빠진 거예요. 노보 노디스크는 연구를 거듭해서 아예 비만 치료제 용으로 개발해 나갔고, 1주일에 1번 주사만 맞으면 되는 약을 개발하는데, 그게 바로 위고비였죠.
2021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위고비는 헐리우드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하면서 말 그대로 대박이 납니다. 국내엔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 비만약으로 알려지기도 했고요. 2023년 9월엔 노보 노디스크가 프랑스의 명품 제국 LVMH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정도였어요.
한편 세계 최초로 상업용 인슐린을 생산했던 미국의 일라이 릴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GLP-1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 호르몬인 GIP에도 동시에 영향을 주는 당뇨 치료제를 개발했어요. 그러다 보니 GLP-1에만 영향을 주는 위고비보다 훨씬 더 체중 감량 효과가 크게 나왔죠. 이 치료제가 바로 '마운자로'입니다. 마운자로의 비만 치료제 버전이 '젭바운드'인데, 이미 미국에서는 위고비의 처방량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위고비의 처방건수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젭바운드가 위고비를 추월해 훨씬 더 많이 처방되고 있죠. 비만 치료제에서 강세를 이어가는 일라이 릴리는 제약사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겨버리는 대단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의 강세가 이어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노보 노디스크가 아니겠죠? 노보 노디스크에서도 새로운 게임 체인저, 위고비 알약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일라이 릴리에서도 GLP-1과 GIP 뿐 아니라 또 다른 호르몬인 글루카곤에도 작용하는 더 강력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요.
다만 장군, 멍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 이슈는 제약회사들이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가령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고, 약을 끊으면 대부분 다시 살이 찐다는 결과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거든요.
'21세기 신종 전염병' 비만... 기아보다 비만인구가 더 많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같은 제약회사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비만약을 판매할 대상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인구 가운데 비만 인구가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는 기아보다 더 많은 상황이죠. 유엔식량농업기구 FAO가 매년 발간하는 식량 통계 연감 데이터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중 8.2%인 6억 7,300만 명이 영양 부족 상태입니다. 반면 비만율은 이보다 훌쩍 높은 15%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어요.
2022년 기준으로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성인 4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죠.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38억 명이 비만이 될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비율로 따져보면 성인 2명 중 1명은 과체중 아니면 비만인 겁니다.
과거엔 비만을 두고 개인의 의지력의 문제로 치부되곤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전적 요인이라던가 호르몬적 요소, 또한 장내 미생물 같이 우리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요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죠. 다시 말하면 비만은 질병이고, 치료의 대상이라는 겁니다.
WHO는 최근 발표한 GLP-1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에서 비만을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질병'으로서 치료해야 한다고 권고했어요. 사실 WHO에서는 일찍부터 비만을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해오고 있습니다. 흡연과 더불어 비만이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고 규정할 정도죠.
비만을 조기에 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만이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가령 뇌졸중이라던가, 심장 질환 등 사망률이 높은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바로 비만이니까요.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도 사회적으로 만만치 않고,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국가 차원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합병증으로 인해 발생할 조기 사망자, 또 그로 인해 감소할 사회적 생산성 등… 비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사회적, 경제적 비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OECD에서는 늘어나는 비만 인구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OECD 회원국들이 평균 3.3%의 GDP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조사된 대한민국 비만율은 38.4%로 이미 성인 10명 중 4명 꼴은 비만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의 사회적 비용은 흡연과 음주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있어요.
2021년 비만의 사회적 비용은 15조 6,382억 원. 흡연과 음주와 비교하면 많게는 4조 원 넘게 차이 나고 있어요. 상승세는 셋 중 가장 높아서 연평균 7% 증가하고 있습니다.
너무 비싼 비만약... 소득 불평등이 비만 불평등으로?
1990년대 영국 정부에서 하나의 TF를 꾸리게 됩니다. 이 팀에 내려진 미션은 저소득층의 영양 상태를 관리하는 거였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TF에서는 1995년에 보고서 하나를 발간합니다. 스코틀랜드 서부 지역의 공공 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사람들 주변에 식료품점이 없는 상황이 이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담겨있었죠.
저소득층이 신선한 식재료를 먹고 싶어도 파는 마트가 너무 멀리 있어서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식품 사막'이라고 하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되었죠. 식품 사막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건강한 채소나 과일 대신 주변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먹으며 삽니다. 신선 식품 사기 위해 멀리까지 차 끌고 나가는 게 여러모로 부담되니 가격도 저렴하고 손쉽게 살 수 있는 가공 식품이나 냉동 식품을 선택하는 거죠.
지방과 나트륨이 가득한 가공 식품은 중독성도 심해서 쉽게 끊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만 발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미국에서 대규모로 진행한 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먼저 과일과 채소의 소비 정도를 나타내보면 이렇습니다. 색이 연하면 연할수록 신선 식품의 소비량이 적다는 건데, 이 지역들 대부분 1인당 GDP가 낮은 동네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미시시피, 켄터키 같은 지역이죠.
그런데 이런 주들에서 유독 소비가 많은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죠. 채소와 과일은 덜 먹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이 지역의 비만 인구 비율 역시 높죠.
비만치료제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일 수 있지만 약이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위고비나 젭바운드의 한 달 치 비용은 미국 기준 1,3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90만 원입니다.
물론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과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에 합의하면서 부담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비만치료제를 처방받기 쉬운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일 수밖에 없죠.
2022년 미국에서 처방된 GLP-1 치료제 데이터를 가지고 지도를 그려보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살펴본 미국의 식품 사막 지도와 유사한 모습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저소득층은 비만 비율도 높지만 처방받지 못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높지 않은 고소득층들은 큰 부담 없이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구매하고 미용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미국뿐일까요? 대한민국 데이터에서도 비만의 불평등은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소득 하위 20%의 비만율은 38%인 반면, 상위 20%는 31%로 분석됩니다. 둘 사이의 격차는 7%p나 됩니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인원은 고소득층보다 더 적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비만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비만기본법'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거죠. 비만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질병으로 보고, 예방부터 치료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겁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보험이 되지 않는 비만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죠.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미 3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주사 한 방으로 체중을 쏙 뺄 수 있는 기적의 약이 등장했지만, 이 약을 둘러싼 현실은 복잡합니다. 한 편에서는 미용 목적과 간편한 다이어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정작 치료가 절실한 저소득층 비만 환자들은 높은 가격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죠.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시장에 맡겨둬야 할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비만치료제'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Opposite Regulation of Ghrelin and Glucagon-like Peptide-1 by Metabolite G-Protein- Coupled Receptors
- Novo Nordisk's weight-loss challenge in five charts | Reuters
- World Food and Agriculture – Statistical Yearbook 2025 | FAO
- WHO guideline on the use of GLP-1 therapies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in adults | WHO
-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비용 및 정책우선순위 선정에 관한 연구
- Large-scale diet tracking data reveal disparate associations between food environment and diet
- Health Disparity Clusters of Off Label Prescriptions for 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s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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