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프랑스 파리의 대표 관광지이자 고급 상점이 즐비한 샹젤리제 거리 건물의 5분의 1이 중동의 부국 카타르 소유로 나타났습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지난해 1월 기준 샹젤리제 거리의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개선문과 콩코르드 광장 사이(2㎞)의 상점가 총 1.3㎞ 중 390m가 넘는 외벽이 카타르, 즉 카타르인이나 카타르 펀드 소유였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의 20% 이상이라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1990년대 프랑스와 카타르 간 체결된 양자 협정 이후 촉진됐습니다.
이 협정은 카타르와 그 국민에게 부동산 양도소득세, 자본이득세 면제라는 특별한 세제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덕분에 카타르는 샹젤리제 거리의 대표적인 건물들을 손에 넣었습니다.
현재 샹젤리제 거리 중간, 라파예트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노프리가 입점해 있는 건물은 카타르 투자청이 2012년 프랑스 보험사 그루파마에서 5억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7천억 원) 이상에 매입했습니다.
샹젤리제 거리 103∼111번지 건물은 2010년 카타르 국부펀드가 HSBC에서 4억 4천만 유로(당시 기준 약 6천6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현재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카타르는 샹젤리제 거리의 건물이 비싸긴 하지만 수익성이 좋아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외에 최근엔 럭셔리 그룹도 샹젤리제의 호황을 믿고 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2023년 샹젤리제 거리 144∼150번지를 손에 넣기 위해 약 10억 유로(약 1조 4천억 원)를 지출했으며, 조르주 5세 거리 모퉁이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건물을 인수하기 위해 약 7억 5천만 유로(약 1조 500억 원)를 썼습니다.
임대료도 어마어마합니다.
샹젤리제 거리 건물 임대료는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 수준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고가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연간 상점 임대료는 '소규모'(1천㎡ 미만) 상점의 경우 ㎡당 1만 7천 유로(약 2천700만 원), 대형 상점은 ㎡당 1만 2천 유로(약 1천900만 원)입니다.
높은 임대료 부담에 오래된 소규모 상점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샹젤리제 거리의 분화 양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크리스티앙 뒤부아는 "과거엔 짝수 번호 쪽 인도에 사람들 왕래가 더 잦아서 건물 가치가 더 높았지만, 이 차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대신 거리의 상부와 하부 간 격차가 더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샹젤리제 거리 하부엔 스포츠용품점이나 의류 매장 자라,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하부에서 개선문 방향으로 올라갈수록 루이뷔통, 디오르, 불가리,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