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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협상 카드로 막았다…"미국 무리한 요구" 뭐였길래 (풀영상)

<앵커>

오늘(31일) 8시 뉴스는 관세 협상 소식을 특집으로 전하겠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두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습니다. 미국이 25%였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천500억 달러, 우리 돈 487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쟁점이었던 소고기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저, 합의 내용을 남승모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승모 기자>

구윤철 부총리와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최종 담판 하루 전,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우리 대표단을 만나겠다고 하면서 한미 무역 협상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30분 남짓한 백악관 면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 달러, 487조 원을 투자하는 게 핵심입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 오늘 큰 틀에서의 합의는 마쳤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미국 측과 추가 협의를 통해 채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미 투자 487조 원은 올해 우리 정부 예산 673조 원의 72%, 지난해 GDP 2천556조 원의 19%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투자금에 더해 1천억 달러, 138조 원 규모의 LNG 등 미국산 에너지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관세 15%는 일본과 유럽연합이 미국과 합의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대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도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15% 관세가 적용되고, 품목별 관세가 예고된 반도체와 의약품 등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습니다.

현재 50%인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관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와 농산물 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썼지만, 우리 정부는 소고기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검역 절차 개선과 자동차 안전 기준 관련 사항 등은 추가 협의키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별도 합의서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SNS로만 발표됐는데, 한미 간 '합의의 틀'인 셈이어서 실제 무역 협정서 작성까지 힘겨운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오정식,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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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저희가 이틀 전에 전해드렸던 '조선 협력 펀드'였습니다. 1천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패키지로 미국의 협상을 이끌어 낸 겁니다. 하지만 최종 액수가 정해지기까지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강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민우 기자>

최종 합의된 대미 투자액 3천500억 달러는 처음부터 우리 정부의 목표 금액이었던 건 아닙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원래 최종으로 3천500억 불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가져간 실무안은. 근데 그게 조금 더 올라갔어요. 러트닉(미 상무장관)하고 실무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안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초기 제안은 조선업 1천억 달러, 투자·대출 형태 1천억 달러였다고 SBS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더 큰 금액의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정부는 그즈음부턴 '3천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 카드를 제시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 펀드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란 의미의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로 구체화했고,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아우르는 파격적 제안을 미국 측에 던진 겁니다.

이에 미국은 '조선 협력 펀드'를 1천500억 달러 규모까지 수용하고, 투자·대출 형태의 2천억 달러를 따로 요구했던 걸로 취재됐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도중에 5천억 달러까지 요구했지만, 막판 협상을 통해 3천500억 달러 수준으로 막아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팀도 이런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구윤철/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오늘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큰 기여한 부분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협상팀은 전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김남성, 영상편집 : 유미라, 디자인 : 방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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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조선업 1천500억 달러 말고도,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돈은 2천억 달러가 더 있습니다. 투자 내역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보증이 제일 많고, 다음은 대출일 거라면서 직접 투자 비중은 매우 낮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구체적인 분야와 투자 규모가 결정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은 김수영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김수영 기자>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규모로 약정한 3천500억 달러 가운데 2천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2차 전지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 투자될 거라고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다만 대미 투자 가운데 '직접 투자'의 비중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증'이 제일 많고, 다음은 '대출'일 거라며, '2천억 달러'는 일종의 '한도' 개념이라는 겁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보증이 제일 많은 금액을 차지하게 될 것 같고 대출, 그다음에 직접 투자는 매우 낮을 것이다. 그냥 한도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2천억 달러는 한도다.]

결국 조선 외에 2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큰 틀엔 합의했지만, 세부 계획은 아직 없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한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이 소유하고 자신이 직접 선택한 분야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뜻에 따라 대미 투자의 분야와 내역이 추후 정해지고, 그때 다시 한미 간 분야별 세부 협상이 진행될 거라는 얘기인 셈입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트럼프가) Select(선택)해줄 사업이 오면 투자 적격인지, 대출할 만한지, 보증할 수 있는지, 이런 것을 논의할 것 아니에요?]

우리 주도로 틀을 짜는 '조선 협력 펀드' 1천500억 달러와는 사정이 다른 셈인데, 대통령실은 협상 과정을 '비망록'으로 기록해 뒀다며 이 비망록이 앞으로 대미 투자의 설계와 운영의 기준이 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대미 투자에 대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한 데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을 내놨습니다.

[김용범/대통령실 정책실장 : 투자로부터 Profit(이익)의 90%를 Retain(보유)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Retain(보유) 90%'라는 말을 해석을 하기로는, 저희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일 것 같다.]

미국이 좋은 사업을 추천하고 구매를 보증해 이익이 난다면, 우리 기업이 그 이익을 기반으로 미국에서의 사업을 이어가는 '재투자' 개념이라는 해석입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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