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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 종로 귀금속 거리 속사정

"우린 유령 노동자…근로기준법만 지켜달라"

<앵커>

서울 종로 일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귀금속 거리죠. 그런데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유령 노동자'라고 말합니다.

왜 그렇게 부르는 건지, 이들이 처한 노동 환경을 유덕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 제조업체입니다.

소음과 분진 속에서 보석 가공 작업이 한창입니다.

노동자들은 날카로운 공구와 청산가리, 황산 같은 10여 종의 화공약품을 늘 사용해야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건강검진 의무 대상이지만, 이걸 받는 노동자는 거의 없습니다.

[A 씨/귀금속 세공 노동자 : 해본 적 없고요. 사장이 안 시켜주니까?]

작업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이고 끼임이나 절단 사고도 빈발합니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 가입 사업장은 10곳 중 2~3곳에 불과하다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실제로 고용 규모와 급여 수준을 숨기려 월급의 일부나 전부를 현금으로 주는 게 상당수 사업장에서 관행이 됐습니다.

사회보험을 신청하더라도 최저임금으로 신고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려 4인까지만 가입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A 씨/귀금속 세공 노동자 : 주말 수당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근로기준법의 필요성 (느낀다는) 얘기도 하세요?) (공개적으로) 하면 미친 사람 취급받아요.]

고용보험 등을 통한 경력과 소득을 증명할 길이 없다 보니, 다른 문제도 생깁니다.

[김세종/금속노조 주얼리 분회장 : 대출 같은 경우는 어쨌든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잖아요. (대출을 못 받으니) 서울 사시는 분이 별로 없어요.]

[김정봉/금속노조 동부 부지회장 : (근무 이력을) 5년만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 23년은 사라진 겁니다. '나는 구직활동을 할 때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스스로를 '유령 노동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바라는 건, 최소한의 권리 보장입니다.

[김정봉/금속노조 동부 부지회장 (지난달 24일) : 그대로의 근로기준법만 지킬 수 있게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 (당시 후보자) : 한번 잘 살펴보겠습니다.]

수십 년간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던 귀금속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부가 현장 지도에 착수했습니다.

사업장별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필요하면 근로감독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주얼리 노조는 노동부의 근로감독 의지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며 43일째 이어온 노숙 농성을 내일(24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방민주, 화면제공 : 민주노총 주얼리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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