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 속에 지난달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1분기 미국 경제가 역성장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핵심 정책인 관세를 둘러싼 혼란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첫 경제 '성적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 트럼프표 경제 정책이 역풍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3월 상품무역 적자가 전월 대비 9.6% 증가한 1천620억 달러(약 231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상품 수출은 1천808억 달러(약 258조 원)로 1.2% 증가에 그친 반면 수입이 5% 늘어난 3천427억 달러(약 490조 원)로 역대 최대를 찍은 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소비재 수입이 27.5% 늘었습니다.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이 관세 발효 전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입이 급증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웠는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무역적자가 오히려 심해진 셈입니다.
3월 지표에서 투자 목적의 금 수입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연초 무역적자 확대의 상당 부분은 금 수입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 심리 지표도 하락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이날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 전월 대비 7.9 낮은 86.0에 그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0년 5월(85.9) 이후 최저이며, 90을 하회한 것은 2021년 1월(87.1) 이후 4년여 만입니다.
소득·사업·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12.5 급락한 54.4로 2011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최저였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소비자들이 관세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면서 연령·지지 정당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소득 구간에서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 노동부의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19만 2천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이자 시장 전망치 748만 건도 밑도는 수치입니다.
다만 해고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다음 달 2일 나올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와 실업률도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표로 꼽힙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JP모건 등 월가 금융기관들은 이날 3월 무역적자 발표 후 30일 발표될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전망치를 기존 0%에서 -1.4%로 대폭 내리면서, 수입 증가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JP모건은 0%에서 -1.75%로, 골드만삭스는 -0.2%에서 -0.8%로 각각 전망치를 낮춰 잡았습니다.
앞서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미국 1분기 GDP가 0.4% 증가에 그쳤을 수 있다고 봤고, 로이터·팩트세트 설문조사에서는 각각 0.3%, 0.8% 수준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전망치는 지난해 4분기(+2.4%)와 비교해 급감한 것이며, 역성장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에 처음이 됩니다.
성장률이 1%를 밑돈 것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2022년 2분기(+0.3%)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무역 요인 때문에 GDP가 전 분기 대비 1.9%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GDP는 소비·투자·정부 지출과 순수출 등으로 구성되는데, 상품무역 적자가 급증하면 순수출이 줄어들어 GDP 감소 요인이 됩니다.
코메리카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면 상반기 경제가 더 약해질 전망"이라면서 "경제가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킬 만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재량 소비재 지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2분기에 더 커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FT는 1분기 GDP에는 관세 시행을 앞둔 재고 확보 등이 반영되는 만큼 왜곡이 있으며 경제 충격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분기에는 수입 감소로 GDP가 일정 부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BNP파리바의 이자벨 마테오스라고는 "GDP 수치는 매우 적은 정보만을 줄 것"이라면서 "노이즈로 가득하고 상당 부분은 (관세를 대비해 늘린) 수입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미국 경제가 2.4%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2분기 들어 수입이 정상화되면서 GDP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