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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건물주의 남다른 동물 사랑…코 막고 고통 받는 세입자들

수원의 한 건물 뒤 주차장. 한 남성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할아버지의 등장과 함께 비둘기들이 모여들고, 잠시 후 주차장 이곳저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비둘기들이 이 음식물 쓰레기로 부지런히 배를 채우는 겁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냄새가 건물 바로 위층 가게들로 그대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고 가게에 벌레가 들어오는 거예요. 냄새나서 창문을 못 열겠다 하신 분도 계셨고 벌레가 들어와서 항의를 하신 적도 있고요.]

2층에는 요리 하는 공간을 빌려주는 '공유 주방'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업주에게 직접 항의도 하고 악취가 나고 벌레가 나오는 곳이라며 부정적인 후기도 남깁니다.

[공유 주방 점주: 음식물 쓰레기를 비둘기한테 밥 주듯이 버려 놓고 계시더라고요. 저 할아버지 때문에 여기 업장을 포기하고 부동산에 내놓은 상황입니다. 영업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큰 불편을 겪는 건 유독 이 가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입주 상인 A 씨: (주차장에) 들어가는 순간 거기서 냄새가 나요 차를 거기다 주차하기 싫다 막 이런 느낌이 당연히 있죠.]

[입주 상인 B 씨: 창문을 열면 냄새가 심하고 차를 대면 비둘기 배설물이 엄청나게 떨어져요.]

[입주 상인 C 씨: 손님들한테는 주차를 권유 안 해요. 공영 주차장으로 대라고 말씀을 드려요. 너무 싫죠. 그래서 저는 저쪽으로 안 가요.]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닥이며, 에어컨이며, 건물 벽에 까지도 비둘기 배설물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온 동네를 돌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이곳에 나타난다는 할아버지.

주차장 한편에 앉아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꺼내더니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둘기 밥을 제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나서 정성스럽게 비둘기를 먹이는 이 노인, 알고 보니 이 상가의 건물주였습니다.

[상가 건물주: 겨울에 얼어 죽길래 그냥 뿌려주다 보니까 자꾸 놀러 와 자기들이. 주위에 (음식물) 쓰레기 이렇게 나오면 멸치 이런 게 나온다고 이걸 줘. (상인들이 냄새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그런다고 하는데.)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치고 장사를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렇게 있으면 썩고 냄새도 올라오고 그러니까) 아 그럼 코 막고 가라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가! 다른 데로 가면 되잖아요. 중이 절 싫으면 떠나는 거지 뭘 중이 군소리가 많아요.]

이렇게 특별한 동물 사랑으로 인해 이웃 간의 갈등이 계속됐지만 사유지이기에 행정적인 개입은 어려운 상황.

[수원 시청 관계자: 사유지에서 소유하고 있으신 분이 그런다고 하면 단속하는 게 쉽지가 않을 수가 있어서. 자제해 달라거나 이렇게 요청은 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거를 저희가 뭐 따로 법적으로 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요.]

하지만 임대차 계약이 존재하는 만큼, 서로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없도록 할 의무는 있습니다.

[김민호 변호사: 임대인은 임차 목적물을 임차인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잖아요 근데 이 경우에는 임대인의 유지 관리 의무 위반의 소지가 있고 이것이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건물주가 음식물 쓰레기를 방치하면서 생겨난 피해와 큰 불편은 결국 세입자들에게 모두 돌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물주가 하는 거라서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취재: 이슬기 영상편집: 김나온 제작: 모닝와이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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