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한 리더십 공백 속에 대외 악재가 끊이지 않아 환율이 조만간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마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오늘(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9.8원 오른 1,483.0원입니다.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0분쯤 1,487.5원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최고가인 1,486.7원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을 웃돌았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18일(1,020.79원)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습니다.
환율 상승에는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 경제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오늘부터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중국도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미국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모두 104%에 달하는 누적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 셈으로,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점차 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원화 약세 요인의 하나로 거론됩니다.
원화 가치가 위안화 약세에 연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를 둘러싼 협상도 안갯속입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윅비)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지게 된 점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수 편입에 따른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효과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합의 소식이나 대화 모드 전환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환율 천장이 열려있다"며 "당연히 1,500원도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대화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환율이 급락할 수도 있다"며 상반기 환율 범위를 1,430∼1,5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환율이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에 환율의 상방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며 환율이 1,420∼1,51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