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대구와의 경기 승리한 뒤 자축하는 정승원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멀티 플레이어' 정승원이 친정팀 대구FC와의 맞대결에서 멀티 공격 포인트와 '세리머니'로 그라운드를 달궜습니다.
정승원은 오늘(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K리그1 6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1골 1도움을 작성하며 팀의 3대 2 역전승을 이끌었습니다.
정승원은 팀이 끌려다니던 후반 45분 서울 이적 이후 첫 골을 터뜨려 2대 2 균형을 맞췄고, 추가 시간에는 문선민의 역전 결승 골을 어시스트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정승원을 앞세운 서울은 5경기 무패 행진(3승 2무)을 이어가고, 대구를 상대로 2년 만에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정승원의 골 이후 '세리머니'는 그라운드 안팎을 더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멋진 발리슛으로 동점 골을 터뜨리자 정승원은 갑자기 뒤로 돌아 그라운드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원정 관중석 쪽으로 향한 그는 오른쪽 귀에 손을 대고 대구 팬들을 도발하려는 듯했습니다.
부주장 김진수를 비롯해 놀란 서울 동료 선수들이 정승원을 쫓아가 제지했으나 신경전이 이어지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뒤엉키기도 했습니다.
정승원은 2016년 대구에서 프로로 데뷔해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선수지만, 대구와의 관계가 편치 않습니다.
2021시즌을 앞두고 계약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연봉조정까지 갔고, 그 시즌 막바지 방역 수칙 위반 논란 등으로 잡음이 이어진 가운데 결국 2022시즌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습니다.
2023시즌까지 수원에서 뛰다가 지난해 수원FC를 거쳐 올해 서울에 새 둥지를 튼 정승원은 오늘 공을 잡을 때마다 대구 팬들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정승원은 '역주행' 상황에 대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안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팬들께 제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랬고, 제가 이렇게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면서 "마지막엔 인사를 잘했고, 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음 대구 원정 경기가 부담스러워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신경 안 쓴다"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 팀 사령탑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대구 박창현 감독은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 자제하는 선수들이 많다"며 "몸담았던 팀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고, 굳이 서포터스석까지 가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만, 도덕적으론 옳지 않았던 것 같다"고 언짢은 기색을 보였습니다.
서울 김기동 감독은 "승원이가 야유를 많이 받으면서 감정적으로 좀 올라왔고, 골을 넣고 싶은 마음도 커져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끌어낸 것 같다"면서 "(도발에 대해선) 승원이와 좀 얘기를 나눠봐야겠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감쌌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