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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속출 · 헬기 추락…경북 북부 산불 현장 최악 상황

사망자 속출 · 헬기 추락…경북 북부 산불 현장 최악 상황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야산으로 여전히 번지는 산불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계속해서 번지면서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산불을 당국이 막지 못하면서 북동부권 산불 현장은 이제 피해 규모를 산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초토화됐습니다.

진화 헬기 추락 사고나 산불 확산에 따른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어제(26일) 산림 당국은 일출 시각인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진화 헬기 87대와 인력 5천421명, 진화 장비 656대를 투입해 주불 등을 끄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진화 작업은 주요 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도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진화 작업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낮 12시 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진화 작업에 핵심 장비인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오후 3시 30분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습니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으로, 헬기를 몰던 기장 A(73)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사고 현장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는 민가도 있어 하마터면 추가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이 68%에 머물렀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작업은 기상 악조건과 돌발 사고 등이 겹치면서 계속해서 더디게 진행된 까닭에 1만 5천185ha로 추정됐던 산불영향구역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늘었는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산림청이 산불영향구역을 추산하기 위해 항공기 정찰을 실시했으나 분석할 영상 자료 등이 많아 아직 집계를 완료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은 이날 의성·안동을 제외한 청송·영양·영덕 3곳의 산불영향구역이 1만 6천19㏊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성·안동 2곳 산불영향구역은 여전히 조사·분석 중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전날 오후까지 집계된 의성·안동 2곳 산불영향구역 범위를 감안하면 현재 불이 확산 중인 북동부권 5개 시·군 수치를 합한 전체 규모는 이미 3만㏊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급변하는 풍향에 따라 전방위로 확산 중인 산불에 세계문화유산과 유명 고찰 등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의성 산불은 직선거리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앞 4∼5㎞ 지점 야산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국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많이 남아 있고 유교 문화를 비롯한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된 하회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진화 헬기 2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도했으나 시정이 좋지 않아 철수했습니다.

현재 하회마을은 5∼10㎞ 떨어진 야산, 골프장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로 뒤덮인 상황입니다.

초긴장 상태에 놓인 마을 주민들은 소방 당국과 함께 소화전 30개와 소방차 19대 등을 활용해 2시간 간격으로 마을 내 가옥 등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세계유산인 봉정사를 보호하기 위해 사찰 주변 30m에 있는 나무를 벌채해 안전을 강화했습니다.

이날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도 또다시 불길이 번져 천년고찰 대전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 등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찰 뒤편에서 벌채 작업을 벌였고, 사찰 내 주요 문화재를 부직포로 감싸 보호했습니다.

승려를 비롯해 사찰 관계자들은 석탑 등을 제외한 일부 문화재를 추가로 반출하는 한편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풍등도 제거하는 등 방어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몰 후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한 당국은 인력 3천333명을 투입해 전력 시설, 민가, 다중이용시설, 국가문화유산 등과 같은 중요 보호시설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병산서원 등 주요 시설물 주변에는 산불확산 지연제(리타던트)도 살포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풍과 남서풍 방향 강풍이 지속해 이어질 경우 산불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 등 동해안 지역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산불이 '동진'하는 경로를 따라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등 인명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5일 오후부터 26일 오후 현재까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등 4곳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21명입니다.

사망자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주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는 일가족도 포함됐습니다.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대피 도중 산불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국은 다수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산불 피해가 난 지자체들이 주민 대다수가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고령자임을 간과하고 사전 대처에 소홀했던 탓에 산불 피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산불이 옮겨 붙기 직전 체계 없는 혼란스러운 재난·대피 문자를 발송한 까닭에 지역마다 '대피행렬'이 이어지는 등 혼란상도 연출됐습니다.

지난 25일 영덕군 7번 국도는 피난에 나선 차량 행렬에 한순간 꽉 막혀버렸습니다.

한 영덕읍 주민은 "꽉 막힌 차량 사이로 불덩이가 비처럼 내려 자동차에 불이 붙었다"며 "운전자들이 불붙은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아비규환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불이 근접하자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영덕 주민 104명은 석리항·축산항·경정3리항 방파제 등에 고립됐다가 울진해경에 구조됐습니다.

청송군 주왕산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주민은 "화염이 번지는데도 어느 방향이 안전하다거나 어느 방향이 위험하다는 안내가 없었다"라며 "그저 빨리 대피하라고만 하니 밖으로 나왔는데, 명확하고 적극적인 지시가 없어서 아쉬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산불이 번지면서 26일 안동 도심 곳곳은 낮인데도 밤 같은 회색빛 하늘을 보였고, 타는 냄새가 코를 찔러 마스크를 잠시라도 안 쓰면 두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연기유입으로 문을 닫는 가게도 속출했습니다.

현재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는 주민 8천753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상황입니다.

또 현재까지 각종 시설 257곳에서 산불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파악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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