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당시 정치인 '체포조'로 형사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지휘 라인 행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오늘(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압수한 우종수 국수본부장 등 10여 명의 휴대전화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수본 지휘 라인이 국군 방첩사령부 등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타임라인을 정리한 뒤 이들을 소환해 불법성 인식 여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이 선포된 후 방첩사는 국수본 측에 연락해 합동수사본부에 참여할 수사관 100명과 현장에 투입할 형사 10명을 보내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국수본은 조지호 경찰청장 보고를 거쳐 수사관 100명 지원 요청은 거절하고, 영등포경찰서 강력계 형사 10명의 명단과 연락처를 방첩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형사들은 국회 앞 수소충전소 앞에 대기했는데, 방첩사 측 인력이 도착하지 않으면서 실제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국수본이 주요 정치 인사 체포조로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첩사 요청대로 형사들을 파견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검찰은 방첩사의 인력지원 요청 당시 '체포'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는 경찰 간부 진술을 확보하고 우 본부장이 이런 불법성을 인지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측은 형사들이 혼란한 상황에서 안내 목적으로 파견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당시 제주도 출장 중이었던 우 본부장은 4일 0시 40분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과 전화하며 방첩사로부터 협조 요청이 왔다는 사실을 보고받았고, "내가 서울에 올라가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절대 명단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입니다.
다만 우 본부장이 보고받았을 때는 경찰이 10명 명단을 이미 방첩사에 넘긴 상황이었고, 우 본부장은 윤 조정관을 크게 질책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도 오늘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인력 파견 요청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본부장께서 천천히 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관계자 진술 등을 경찰 측 주장과 대조하며 우 본부장 등 지휘 라인이 불법성을 인식했는지 집중적으로 수사할 전망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수본의 내란 사건 '셀프 수사' 논란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앞세워 국수본이 조 청장 사건을 직접 수사했는데, 체포조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청과 국수본이 '한 몸'처럼 움직인 것 아니냐고 의심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경찰의 조 청장 수사는 체포조 의혹보다는 경찰의 국회 봉쇄 작전 투입과 관련한 혐의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특수본은 오늘 경찰로부터 조 청장을 구속 상태로 송치받은 뒤 체포조 관련 내용도 확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수본과 함께 공조수사본부에 참여 중인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로부터 체포조 및 합수본에 필요한 인력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