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닉 마약류 회수 장면
아이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척 필리핀에서 30만 명 투약 분량의 마약류를 배낭에 숨겨 들어온 30대 남성과 유통·운반책 등이 적발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늘(29일)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A(33) 씨와 이를 국내에 유통한 B(45) 씨 등 2명, 운반책(속칭 드라퍼) C(21) 씨 등 4명을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필로폰 6.643㎏, 케타민 803g 등 마약류를 필리핀에서 국내 밀반입한 뒤 일부를 유통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이 들여온 마약류는 3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약 35억 원 상당입니다.
경찰은 유통되지 않은 필로폰 3.18㎏과 케타민 803g(14만 명 투약분·18억 원 상당)을 압수했습니다.
A 씨는 아내 및 7세·8세인 두 아이와 함께 여행객인 양 가장해 필리핀으로 출국, 현지 호텔 앞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배낭 안쪽 천을 절단해 필로폰을 펼쳐 넣은 뒤 다시 봉제하고 그 위에 망고칩 등을 넣어 필리핀 공항의 엑스레이 검사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인천공항 입국 때는 전수 검사가 아닌 선택적 검사를 하는 만큼, 아이와 손을 잡고 배낭은 멘 채 들어와 세관 당국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 씨 등 유통책은 A 씨가 경북 경주 한 야산에 숨겨둔 배낭을 찾아 이를 1g씩 소분하고 절연 테이프로 개별 포장한 뒤 경기 수원의 한 공원 땅속에 묻었습니다.
C 씨는 이를 찾아와 서울·경기·충청 등 지역 주택가 소화기, 분전함, 보일러 등에 숨겨놓고 찾아가도록 하는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했으며 서로 단절된 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총책의 지시를 받고 역할에 따라 전국을 무대로 마약류를 유통했습니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20대 여성 접객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이 여성의 필로폰 투약 자수를 단초로 수사를 확대해 A 씨 등을 차례로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총책 등 윗선과 나머지 운반책, 매수·투약자를 쫓는 한편 범죄 수익금이 흘러간 경로도 추적 중입니다.
한편 경찰은 A 씨 가족의 필리핀 체류 비용을 총책이 전부 부담한 점 등을 토대로 A 씨의 아내 역시 범행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의 집에서는 주식 리딩방 범죄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계기도 발견돼 부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도 입건됐습니다.
박원식 강남서 형사2과장은 "가족여행을 가장해 해외로 나가 마약류를 국내에 들여오고 유통한 범행이 발각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수사 내용을 인천 공항 세관에도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수 강남서장은 "국민의 평온한 삶을 파괴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