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의 현장 '몽키하우스' - 마지막 성병관리소 사라지나?
경기 동두천에는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겠다며 정부가 운영하던 건물이 남아 있다. 사실상 감금 시설처럼 운영됐는데 여성들이 원숭이처럼 철장 안에 갇혀있는 모습 때문에 '몽키하우스'라 불리던 성병관리소다. 이곳에 강제로 감금된 여성들은 정확한 진단도 받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치료를 받으며 인권 유린을 당해야 했다. 성병관리소는 1970년대부터 동두천, 의정부 등 전국 40여 곳에 설치돼 20년 가까이 운영하다 폐쇄됐는데 현재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동두천시는 이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며 관광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아픈 과거가 담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며 철거 반대에 나서고 있다.
강제동원 역사 '조병창' - 흉물인가? 유물인가?
인천 부평구에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무기를 생산했던 일본군 조병창이 있다. 이곳 조병창엔 초등학생까지 강제로 끌려가 일을 했다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본 패망 후 미군은 조병창을 접수해 80여 년간 건물과 시설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미군 캠프 반환이 확정된 후 조병창 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건물들을 철거해야 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하지만 강제 동원의 아픈 역사를 연구하고 기억하기 위해선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픈 기억의 장소' - 왜 보존해야 할까?
아픈 역사의 흔적이나 재난 현장을 제대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은 씨랜드 참사 현장을 통해 엿볼 수 있다. 1999년, 청소년 수련시설인 씨랜드에선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등 23명이 숨졌다. 그런데 2년 전, 사고 현장 옆에 대형 카페가 들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카페의 주인은 비극적인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씨랜드 대표의 가족이었다. 게다가 참사 장소는 카페에서 불법적으로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반면 현장에는 아픈 과거를 기억할 만한 어떤 시설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씨랜드 참사 유족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길은 아픈 기억을 제대로 보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에서는 아픈 역사가 담긴 현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보존VS갈등' 문제를 짚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