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놓은 탄소 중립 기본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제대로 안 되면, 환경권을 침해한 걸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인정된 겁니다.
이현영 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은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입니다.
이 조항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을 줄이는 걸 중장기 감축 목표로 삼도록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해 놓고, 2030년까지만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상 주요 기본권인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겁니다.
[이은애/헌법재판관 :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하여 대강의 정량적 수준도 규정하지 않고 이에 관해 정부가 5년마다 정하도록 한 것은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합니다.]
헌재는 다만, 법 조항에 따라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비율을 40%로 규정한 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정부가 기준 연도인 2018년과 목표 연도인 2030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단위를 각각 '총 배출량'과 '순 배출량'으로 다르게 제시한 건 위헌이라는 청구는 5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봤지만, 의결 정족수에 미달해 기각했습니다.
청구인 측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한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영경/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 오늘의 판결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판결이 아닙니다.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켜야 한다는 선언이고 정의로운 기후 대응의 시작점입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해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채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