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가 명동에 있는 버스 정류장의 혼잡을 줄이겠다며, 정해진 곳에서만 버스를 세우도록 최근 표지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지키려다 보니까 버스들이 엉키고, 사람들이 버스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지면서 오히려 혼란만 더 커졌습니다. 불만이 쏟아지자, 서울시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박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젯밤(4일) 서울 명동의 광역버스 정류장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정류장은 발 디딜 틈이 없고, 승객을 태우고 내릴 차례를 기다리는 버스들의 행렬은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습니다.
정체는 서울역까지 이어졌습니다.
[조현구/버스기사 : 서울역 사거리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20분 걸렸어요, 지금.]
오지 않는 버스에 퇴근길 시민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김동준/경기 화성시 : 6시 반에 퇴근했는데 지금 1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올 생각을 안 해요, 버스가.]
이 교통대란의 원인은 지난달 말 설치된 광역버스 표지판입니다.
명동 정류장은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광역 버스 노선 29개가 지나 하루 이용객이 1만 명에 달합니다.
서울시는 혼잡 완화를 위해 노선버스별 표지판을 설치하고 해당 안내판 앞에만 버스가 정차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버스들이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기 위해 줄줄이 늘어서는 바람에 교통 정체가 심해진 겁니다.
[버스기사 : 노선 말뚝을 박아놨어요. 그러니까 차들이 진입을 못 하니까. 차 한 대가 들어가면 나머지 차들은 계속 서 있어야 되는 거예요.]
[김형경/경기 분당 : 옛날에는 그냥 이렇게 한 3대씩 이렇게 쭉 태웠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 줄로 세우니까 얘 한 대 오면 얘 태우고. 완전히 탁상행정이지, 이거.]
지난해 말 구청에서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쉼터도 혼잡이 더해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얼마 전 쉼터가 들어서면서 버스가 정차하고 시민들이 줄을 설 수 있는 공간은 더 줄어들었습니다.
극심한 정체에 민원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시행 9일 만에 표지판 운영을 이달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일부 노선은 정류장을 변경하고, 현장에 안전계도요원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시민들의 불편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윤성, VJ : 김종갑, 디자인 : 임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