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풍납토성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여기서 눈썰매를 타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호해야 할 문화재여서 눈썰매 금지 표지판까지 설치돼 있는데도, 지키질 않고 있는 겁니다.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주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옵니다.
썰매 없이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오기도 하고, 언덕 위에 눈사람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눈썰매장처럼 이용하고 있는 이 언덕, 서울 송파구에 있는 풍납동 토성입니다.
백제 건국 이후 흙으로 쌓아 올린 이 성벽은 백제의 첫 왕성이었던 하남위례성으로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해야 하는 사적입니다.
[풍납토성 주변 거주민 : 토성 전체에서 아마 다 (눈썰매를) 탔을 거예요. 그날만 하더라도 제가 봤을 때는 대략 잡아서 70에서 100명은 거기서 썰매를 탔을 거예요.]
곳곳에 눈썰매를 타면 안 된다는 현수막과 안내판이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 관리하려고는 하는데, (풍납토성) 범위가 넓고 관리 인력이 적다 보니까 아무튼 애로사항이 있죠.]
전문가들은 당장 성벽이 눈에 띄게 망가지지는 않더라도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잔디와 흙이 유실되고 성벽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신희권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 현재 남아 있는 (풍납토성의) 모습은 백제 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한 2천 년 가까이 백제 때 쌓았던 성벽이 일부 깎여 나간 채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겨울에 눈썰매를 탄다든지 하는 행위는 바람직한 행위라고는 볼 수가 없죠.]
정부는 올해 풍납토성 일대 유적 조사를 위한 토지 매입 비용 등으로 예산 1천300억 원을 투입합니다.
새로운 발굴 작업에 앞서 기존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실효적인 방안 마련이 우선되어야 할 걸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신세은,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