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래된 저층 주택을 하나로 묶어서 재개발하는 '모아타운'이라는 소규모 정비 사업이 있습니다. 주민 30퍼센트의 동의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사업을 놓고 같은 동네 안에서도 의견이 갈려서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삼전동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입니다.
낡은 빌라가 27층 아파트가 될 거라는 설득에, 오늘(5일)도 한 주민이 '모아타운' 사업 동의서에 지장을 찍습니다.
[일단은 여기 지장 찍으셔야 하고요. 감사합니다.]
[서울 삼전동 주민 : 언제쯤 좀 돼요? 우리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아타운은 주민들이 가로주택정비를 여럿 묶어 추진할 경우, 인허가 간소화, 층수 확대 등을 지원해 주는 서울시 사업입니다.
주민 30% 동의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어 빌라촌 곳곳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재윤/삼전동 모아타운 추진위원장 : 재개발을 해 이 지역에 내가 가진 빌라를 아파트로 만들어 가치가 상승하는 부분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문제는 추진 움직임만으로도 개발 이익을 노리는 세력이 몰려들고,
[서울 삼전동 공인중개사 : 여기저기서 알고 이제 '빌라 사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많죠. 그동안 거래가 많이 됐어요.]
재개발에 들어가면 당장 임대소득이 끊길 다가구, 상가주택 소유주와 갈등이 속출하고 있는 겁니다.
[신철우/서울 삼전동 주민 : 빌라도 분담금 내야 하지 않습니까? '갭 투자' 했다가 빠지지 않는 이상 스스로 감당 못 해요. 입주권 준다고 해서 나머지 돈 마련해 들어올 수 없는 입장이에요.]
사실상 대규모 재개발이지만 소규모 재개발을 묶었다는 형식적 이유로, 밀려나는 세입자나 상가 임차인들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도 문제입니다.
2026년까지 1천200여 가구 아파트를 짓는 서울 번동 모아타운의 경우, 내년 초 철거를 앞두고 이주 통보를 받은 상가 임차인들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번동 상인 : 건물주가 전화 와서 '우리 재건축 들어갑니다. 이주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이게 끝이죠.]
대상지로 선정됐다 동네가 찬반으로 두 쪽 난 끝에 철회 수순을 밟는 곳도 나오는 상황,
[조정흔/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 (주민 간에)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는 분들을 '개발 논리' 한복판으로 끌어와서 서로 싸우게 만드는….]
지금까지 서울시가 선정한 모아타운 대상지는 모두 81곳, 면적만 530만㎡에 달합니다.
공사비와 금리 상승까지 겹쳐 사업이 진척될수록 곳곳에서 갈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디자인 : 방명환, VJ : 박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