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누가, 얼마나 더 말할 것인가'로 논쟁…80분 만에 종료
- 이재명 대표 "정진상과 포옹 한 번만 하게 해달라"
● 본격 공방 시작된 두 번째 재판
- 검찰 "대장동 사업 5천억 원 이익 환수했다는 건 3대 거짓말"
- 이재명 대표 "제가 공산당은 아니지 않나…검찰 논리는 사회주의 국가 논리"
-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두 번째 재판…'재판 리스크' 시작?
구속영장 기각 10일 만에 다시 법정으로
수읽기로 끝난 첫 재판 80분
"기일 변경 요청하셨는데 재판을 조금이라도 진행해야 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먼저 입장을 밝혔습니다. 며칠 전 재판을 늦춰달라고 한 이 대표 측 의견서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 측은 이날은 최소한의 절차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단식으로 근육이 소실돼 앉아있는 것도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최근 SNS 활동을 한 걸 봐서는 재판을 진행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위례·대장동·성남FC 사건의 공소사실 발표를 위해 PPT 500쪽, 4시간 분량을 준비했습니다.
재판부는 단호했습니다. 검찰 측 의견 발표를 '시작'이라도 하자고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8개월간 시작도 못한 이 대표 재판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겁니다.
● 이 대표 측 "대장동, 위례, 성남FC '건마다' 반박하겠다"
검찰은 20분 만에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의 공소사실을 읊었습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눈을 감고 허공을 바라봤습니다. 그 다음부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검찰 발표 후 시간이 조금 남자 이 대표 측은 갑자기 의견을 밝히겠다고 나섰습니다. "반박 의견을 개진하는 게 '공방'이 이뤄져 더 좋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에 "30분이면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검찰은 검찰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만약 30분을 더 할 수 있다면 대장동 특혜와 관련한 검찰 측 의견을 더 말하겠다는 겁니다.
분량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후 나갈 기사를 염려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발표 후 재판이 바로 끝나면 그날 언론 기사에는 검찰 측 논리만 담기게 될 텐데, 이 대표 측이 그걸 우려해서란 겁니다. 통상 재판에선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면 이후 피고인 측이 의견을 밝힙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하나 하고 반박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원래대로 하자고 검찰 손을 들어줬습니다.
● 이 대표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의견만 듣고 마무리되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7분간 직접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간 업자들이 원하는 바들을 단 한 개도 들어준 게 없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에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습니다. "재판장님, 많이 살펴주시겠지만 세상에 저에 대한 수사가 계속됩니다만 몇 년째 하는 겁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또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 "정진상과 포옹 한 번 하게 해주세요"
발언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대표는 갑자기 옆에 앉은 정 전 실장을 안고 싶다며 '신체 접촉 허가'를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먼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다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이때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습니다. 이 대표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요청을 들어줬고 재판이 끝나자 이 대표는 정 전 실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포옹했습니다. 환하게 웃었습니다. 두 피고인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대화가 오갔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분량 공방과 포옹식으로 마무리된 첫 재판은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사건에 대한 검찰의 발표는 듣지도 못한 채 끝났습니다. 재판이 시작된 지 80분 만이었습니다.
퇴원 후 두 번째 재판 출석…10분 지각
두 번째 재판의 쟁점 :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에 이익을 가져온 사건이었나?
● 검찰 "사업 뛰어들었으면 잘 했어야"
검찰의 논리 큰 줄기는 이렇습니다. 민간 업체끼리만 참여하는 사업이라면 정부의 '배임'도 없지만 민간과 정부가 함께하는 '민·관 합동사업'은 다르다는 겁니다. 검찰은 "관도 하나의 선수가 된다"며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선행 사업으로 뛰어들었으면 적어도 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가 사업자 입장으로 참여했다면 최대 이익을 환수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오히려 민간 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봅니다. 또 유동규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당시 측근들을 통해 민간 업자들에게 사업 관련 비밀을 흘려 7천억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챙기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 논리'도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서판교 터널 개통 비용 등을 민간 업체에 부과해 시가 5천503억 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한 걸 이 대표의 3대 거짓말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5원짜리 물건 제조에 3원이 들고 여기에 이익이 2원이 남는데 원가가 2원 올라 7원짜리 물건이 됐다고 해서 제조업자(성남시) 이익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 원가를 위해 민간 업체들이 무언가 더 지은 것이라면 그건 '환수'가 될 수 없단 겁니다. 이 대표가 '공공 환수액'이라고 주장한 서판교 터널 개통비 등은 추가로 들어간 제조 비용일 뿐이란 겁니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에 대해 날 선 의견을 쏟아내자 두 눈을 감고 허공을 쳐다보던 이 대표는 몇 초간 눈을 뜨고 검사석을 응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내내 가만히 두던 두 손을 움직여 종이에 무언가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 이 대표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보도될 것 같다"
검찰 측의 대장동 발표가 끝나고 오전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처럼 직접 발언 기회를 요청했습니다. 이 대표는 휴정하자는 재판부에 "대장동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대대적으로 보도될 거 같아서…"라며 직접적으로 보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재판부가 검찰 발표가 다 끝나면 오후에 기회를 주겠다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 "제가 공산당은 아니지 않나"
오후가 되어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까지 발표가 끝나자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해 직접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참나무 숲인지 소나무 숲인지는 보면 아는데 땅을 파서 현미경으로 소나무 DNA를 찾고 있다"며 검찰 수사 비판으로 시작한 이 대표의 발언은 33분간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대장동 사건에 관해 가장 할 말이 많은 듯해 보였던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은 원래 LH가 공영개발 하다 포기한 사업"이라며 "돈이 많이 남는 걸 LH가 포기한 게 오히려 배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간 업자들로부터 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했다는 검찰 지적에는 "그렇게 해버리면(이익을 가져와버리면)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며 "검찰은 (이익을) 누룽지 긁듯 닥닥 긁어서 이익을 환수하지 못해 배임이라는 것 같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터널 개통뿐 아니라 배수지 공사 등 각종 비용을 민간 업체들에게 추가로 부과해 이익을 환수했고 그들과 유착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시가 '확정 이익' 방식을 사용해 정해진 금액만 돌려받은 건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익을) 박박 긁어서 저들이 저항할 수 없는 그 단계까지 다 회수해야 된다는 게 지금 검찰의 입장인 것 같은데, 저로서는 왜 행정관청이 그렇게 해야 되나, 제가 공산당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점을 살펴주십사 부탁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