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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 봉투 수수' 국회의원 20명의 운명은?

'민주당 돈 봉투 수사' 어디까지 왔나

[취재파일] '돈 봉투 수수' 국회의원 20명의 운명은?

'민주당 돈 봉투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 5달이 넘었다. 시작은 간단명료했다. 다선 국회의원이 당 대표가 되기 위해 현직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뿌렸다는 한 줄이었다. 과거에나 들어봄직한 구태가 2021년, 집권여당에서 재연됐다는 데 많은 이들이 놀랐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적나라한 녹취 파일이 언론보도로 공개됐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돈 봉투를 받았다는 국회의원 명단도 짜깁기돼 나돌았다. '수금‧전달책'이던 윤관석 의원은 지난달 구속됐다.

검찰에선 일찌감치 "이미 끝난 수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사는 몇 달째 현재진행형이다. 수사가 늘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돈 봉투 수사가 종착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돈 봉투 수사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윤관석 "돈 봉투 20개 전달 인정한다"

무소속 윤관석 의원

현재 남은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최종 수혜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혐의 관련 수사고 또 다른 하나는 돈 봉투를 받은 국회의원 20명에 대한 수사다. 둘 중 관심이 쏠리는 건 단연 '돈 봉투 수수 의원' 관련 수사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현역 국회의원 20명이 연루된 만큼,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관석 의원의 재판이다. 첫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윤 의원 변호인은 "국회의원으로서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해서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돈 봉투 총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 측은 돈 봉투 전달이 "송영길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선출되게 할 목적으로 이뤄졌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공소사실과 달리 봉투 안에 3백만 원이 아닌 1백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사실상 재판 첫날부터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윤 의원이 돈 봉투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는 "수사팀에서 입증할 문제"라며 밝히지 않았지만 전달 사실 자체는 인정한 만큼 수수 의원에 대한 진실 규명은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검찰은 일찌감치 돈 봉투 수수 의원 명단을 특정했고 지난달 윤 의원 영장심사 과정에서 일부 이름을 공개되기도 했지만 아직 해당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정은 곧 낙선"…검찰의 전략은?

검찰

다만 해당 국회의원들을 불러 조사하더라도 이들이 봉투를 받았다고 인정할 사실은 0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름이 거론된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인정은 곧 낙선"이라고 말했다.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아예 공천을 못 받거나, 공천을 받아도 '비리 후보'로 낙인찍혀 당선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과거 전례도 있다. 이번 사건과 판박이인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당시 검찰은 20명에 이르는 금품 수수 의원 명단을 확보했지만 스스로 수수 사실을 폭로, '자백'한 고승덕 의원을 제외하곤 돈 봉투 수수자를 입증하지 못했다. '최종 수혜자'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런 전례를 감안해 당사자들이 부인하더라도 의율이 가능하도록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현장조사 결과, 관련자 진술을 정밀하게 '교차 검증'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당사자가 시인하지 않더라도 당시 정황 등 직간접 증거관계를 촘촘히 구성해 범죄 사실을 입증해 내겠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봉투 수수 의원' 조사가 지나치게 미뤄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이나 받지 않은 의원들이나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돈 봉투 수수 의원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아 다른 의원들까지 '잠재적 범죄자'처럼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에서 경쟁 후보가 헛소문을 퍼뜨린다며 "수사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건 오히려 민주당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야당 수사가 기약 없이 장기화되는 건 검찰로서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송영길 압수수색, '수사 막바지' 신호탄?

검찰, 송영길 전 보좌진 압수수색

이런 가운데 검찰은 어제(27일) 오전,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를 압수수색했다. '민주당 돈 봉투 사건' 관련, 외곽조직을 통해 뇌물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다. 마침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날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준비와 발부 기간 등을 감안하면 두 사안을 엮는 건 무리겠으나,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영장심사 결과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돈 봉투 의혹 수사가 안 되니 별건으로 나를 압수수색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뤄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선 돈 봉투 사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으로 최재훈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불법 합병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전 수사팀장이던 김영철 부장검사는 대검 반부패1과장으로 영전했다. 수사팀이 새롭게 진용을 꾸린 만큼 5달 넘게 이어져온 수사를 속도감 있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야당 수사만 한다는 비판과 별개로 '돈 봉투 사건'은 분명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 6월, 윤관석 의원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가진 신상발언에서 관련 의혹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형적인 검찰의 짜맞추기 기획수사, 정치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윤 의원의 현재 입장은 보는 대로다.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원들 가운데 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러니 우리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부동의 꼴찌를 면치 못한다. 선거 앞두고 돈 봉투 뿌리는 (그것도 자기들끼리) 구태를,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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