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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기후변화에 희생…배부른데도 굶어죽는다

나무늘보, 기후변화에 희생…배부른데도 굶어죽는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알려진 나무늘보들 사이에 뱃속에 먹이가 있는데도 굶어 죽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날씨 탓에 나무늘보의 몸속에서 소화를 돕는 장내 미생물이 사라져 아무리 먹어도 영양분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 때문이란 것입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중미 국가 코스타리카에서 나무늘보 개체수를 조사해 온 과학자 베키 클리프는 어느 순간부터 나무늘보 수가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리프는 나무늘보들 사이에서 새로운 질환이 돌고 있다며 "덥고 건조한 극단적 건기와, 춥고 비가 내리는 길고 극단적인 우기를 겪고 있는데 이건 나무늘보들이 생존하도록 진화된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무늘보의 뱃속에서 잎사귀를 소화하던 미생물들이 너무 쌀쌀해지면 죽어버린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 경우 겉으로는 멀쩡히 먹이를 먹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기운을 잃고 극도로 허약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절반가량이 원시림으로 덮인 생물자원의 보고로 평가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연중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수십 년 전만 해도 20여 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일 이상으로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풍과 홍수 등 극단적 기후재난은 더욱 강해지고 빈번해졌습니다.

코스타리카에는 전체 6종의 나무늘보 가운데 두 종이 서식합니다.

과학자와 활동가들은 나무늘보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도우려 하지만, 숲 속에서 나무늘보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나무늘보는 전력 질주 속도가 시속 200m에 불과할 만큼 느린 대신 위장 실력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클리프는 "나무늘보는 위장술의 대가가 되기 위해 지난 6천400만 년 동안 진화해 왔다"며 "이들은 코코넛이나 새 둥지인 척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활동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서식지가 위축되는 것도 나무늘보의 생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나무늘보는 일생의 90%를 덩굴이나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지내는데 최근 들어 전깃줄을 잘못 붙잡았다가 화상을 입고 발견되는 등의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나무늘보를 연구해 온 동물학자 루시 쿡은 "지구가 무서운 속도로 파괴되는 일부 원인은 우리가 속도와 편리함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며 "나무늘보처럼 느리지만 지속 가능해지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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