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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넘치는 시간 정보, 그럼에도 문제는 알고리듬? 혹은 사람?

[뉴스페퍼민트] 시간 정보 과잉 시대의 알고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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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스프  뉴스페퍼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정체를 만족스러울 정도로 밝히지 못했지만, 적어도 시간이 우주의 시작 이후로 계속 존재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숫자로 측정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인간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 필요는 크지 않았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과 해의 방향으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정확성이면 충분했습니다. 오늘날처럼 다른 지역의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특히 철도가 도시와 도시를 분 단위로 연결하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차를 타기 위해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했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기계는 시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계는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규칙적인 삶이 주는 생산성과 만족감을 사람들은 놓치지 않았고, 16세기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회중시계가 대중화되었습니다. 매일 3시 30분 산책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시간을 맞추게 해 주었다는 칸트의 이야기는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 정보 과잉 시대

오늘날 시간 정보는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넘쳐납니다. 제 거실에만 아날로그 벽시계 두 개와 디지털 벽시계 하나가 있으며, 공기청정기 표시창과 냉장고 표시창, 오디오 앰프 표시창도 지금이 몇 시인지 알려 줍니다. 책상 위 맥과 PC 모니터의 오른쪽 위와 오른쪽 아래에도 시계가 있고, 스마트폰과 손목시계에도 시간 정보가 있습니다.

지금이 몇 시인지뿐 아니라 어떤 일이 언제 끝날지 알려주는 것도 오늘날에는 필수입니다. 거의 모든 가전제품에는 남은 동작 시간을 알려주는 표시창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에어프라이어는 몇 분 뒤에 음식이 완성되는지 알려주며, 세탁기와 건조기, 스타일러는 오늘 입은 옷, 혹은 입을 옷이 몇 분 뒤면 뽀송뽀송하게 준비될지 보여줍니다.

어떤 글을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처음에 표시했을 때는 참신했지만, 어느덧 많은 매체와 웹사이트에서 쓰는 흔한 방식이 됐습니다. 이런 시간 정보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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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파멜라 폴은 이렇게 넘치는 시간 정보가 알고리듬과 결합해 어떻게 우리를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종할 수 있는지 경고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 내용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의 깊게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있습니다.

폴이 처음 드는 예는 컴퓨터의 새 운영체제 다운로드 예상 시간입니다. 그는 이 시간이 갑자기 43분에서 54분으로 11분이 늘어난 데 불만을 표시합니다. 하지만 통신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런 정도의 오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용량이 몇 기가바이트나 되는 파일이 멀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다양한 유무선 경로를 통해 당신의 컴퓨터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상황은 수시로 바뀌며, 남은 시간은 최근의 네트워크 상황에 기초해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듬은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또 다른 예인 킨들의 예상 완독 시간에 대한 불만도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시간은 다릅니다. 곧, 킨들이 처음 몇 페이지가 넘어간 속도를 바탕으로 당신이 그 책을 다 읽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다시 계산하는 것은 정확한 소요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앞뒤로 넘겨보는 단순한 동작 이후 예상 시간이 널을 뛰듯 바뀐다면, 이는 그 알고리듬을 만든 이가 예외 상황을 잘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겠지요.

그리고 혹시나 킨들에서 예상 시간을 조작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면, 이는 사악한 알고리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넛지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종이책을 읽을 때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계를 보며 속도를 체크합니다. 대부분 책은 1분에 한쪽에서 한쪽 반 정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를 기록하다 보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두었을 때와 가방 안에서 꺼내지 않았을 때 독서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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