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명한 방음벽에 새들이 충돌해서, 또 농수로에 고라니가 빠져서 죽거나 다치는 피해를, 저희가 꾸준히 보도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이런 피해를 막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데, 이용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국도 32번이 지나는 충남 당진의 한 투명 방음벽입니다.
길이 150미터가량 되는 방음벽 아래에서 멧비둘기와 참새 등 5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이곳 방음벽에는 새 충돌 예방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맹금류 스티커가 드문드문 부착돼있는 상태입니다.
방음벽 충돌로 죽는 새는 한 해 800만 마리나 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18일 충남 아산에서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 1마리가 구조됐습니다.
[미안, 미안해.]
국립생태원이 전국 농수로 가운데 200km를 표본 조사해 보니 1km당 0.57마리의 폐사체가 발견됐는데, 너구리와 고라니, 족제비 등 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수로에는 울타리와 탈출로 등 안전시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원권섭/충남 당진 주민 : 고라니 같은 그런 동물도 안 빠져야 되고, 사람도 위험하지 않게 해줘야 해요.]
투명창이나 농수로에 피해방지시설을 의무화한 야생생물보호법이 오는 11일부터 시행됩니다.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설치, 관리하는 투명창에는 가로 3mm, 세로 6mm 이상 굵기의 선형무늬를, 농수로엔 탈출로 등을 설치하고, 환경부장관은 피해실태조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변 방음벽 등 민간 부문은 제외됐고 벌칙 규정도 없는 게 한계입니다.
이렇다 보니 저감 시설이 없는 투명방음벽이 시공되는 현장도 있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도로공사는 법 시행 전에 계약된 공사였다며 하반기에 저감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영상편집 : 유미라, 화면제공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