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독수리 타법으로 18년간 유쾌한 답변…'네이버 지식인 할아버지' 별세

네이버 지식iN에서 18년간 매일같이 위트 넘치고 지혜가 담긴 답변으로 누리꾼들에게 행복을 안겼던 녹야(綠野) 조광현 옹이 지난 27일 88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일명 '지식인 할아버지'로 많은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은 고인은 경기 김포에서 태어나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33년간 치과의사로 활동하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 10일까지 네이버 지식인에서 재치 넘치는 답변을 남겨왔습니다.

총 18개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었던 고인의 유명세는 답변 건수와 높은 등급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치의학 관련 질문은 물론, 생활 상식, 우스개 질문도 고인만의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가 넘치는,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답변을 충실히 달았기 때문입니다.

고인은 과거 SBS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나라고 생각했을 때 '얼마나 그 답을 알고 싶을까'라는 마음이 들어 의사의 심정으로, 치료해 줄 심정으로 답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력이 매우 나빴던 탓에 두꺼운 돋보기 2개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 내려간 답변은 그의 진심 어린 글만큼이나 온라인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처럼 재치 있는 답변으로 누리꾼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고인은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건강 악화로 두 차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가 아쉬워하는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만의 지식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경험을 많이 하고, 직접 경험을 해볼 수 없다면 경험자의 말을 들으라'고 조언한 고인은 살아생전 "나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알고 해결하는 그 재미에 살았다. 죽는 순간까지 나는 지식을 얻으려고 애쓸 거다"라고 했습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난다", "인생 선배로 지혜를 전달해주시던 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애도를 표했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2023년 3월 30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