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Pick] 수면제 먹고 눈 풀린 간호사, 교통사고 내고도 "나는 정상"

잠옷 차림으로 운전하다 사고…벌금 800만 원 선고

[Pick] 수면제 먹고 눈 풀린 간호사, 교통사고 내고도 "나는 정상"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30대 간호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1단독(정의정 부장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31·여)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6월 4일 오전 3시 45분쯤 광주 북구의 한 공동주택 앞 편도 1차선 도로에서 운전하다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간호사인 그는 당시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이 함유된 수면제 1정(10㎎)을 복용한 뒤 눈이 풀린 채 잠옷 차림으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교통사고를 낸 직후에도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며 "술을 마셨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사고를 낸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계속 운전하려다 경찰관에게 제지당했으며, "인도 쪽에 앉으라"는 요구를 받고도 도로 쪽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의 상황이 담긴 영상이 남았음에도 A 씨는 "약은 먹었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과 영상 등을 종합해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의 직업 특성상 해당 약물의 특성과 지속 기간, 부작용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행하다 사고를 내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다만 피해자가 전치 2주로 상해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된 점, 초범인 점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졸피뎀(리사이징) (사진=연합뉴스)

한편 졸피뎀은 불면증 환자들이 종종 찾는 약품으로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강화시켜 수면을 유도하는데, 효과가 15분 이내에 나타날 정도로 강력합니다.

다만 마약류로 분류돼 있고 의존성도 강한 편이라 과도한 복용 시 일정 기간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수면 운전, 몽유병, 환각, 우울증 악화 등 부작용이 잇따를 수 있습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2019년 "졸피뎀이 몽유병과 졸음운전 등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게 되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지만 있다"면서 "의사는 한 번이라도 이러한 부작용을 겪은 사람에겐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있다는 경고와 함께 투약을 중지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졸피뎀의 남용과 의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면증 치료 시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 시행 △만 18세 미만 환자에게는 처방하지 않음 △하루에 10mg 초과 섭취를 금지 △복용 기간은 4주를 넘지 않음 등 안전지침을 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