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 '토끼와 호랑이' 등 전통적인 우화 소설에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토끼는 꾀 많고 영리한 동물로 여겨집니다.
전국 곳곳에는 토끼와 관련된 지명이 많고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토끼의 지혜가 담긴 토끼 설화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오늘(29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 154만여 개 지명 가운데 토끼와 관련된 지명은 158개에 달합니다.
전남이 38개로 가장 많았고 경남 28개, 충남 20개, 경북 17개 등 순입니다.
지명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 74개, 계곡 명칭 24개, 섬 명칭 19개, 산 명칭 14개 등이었습니다.
토끼 관련 지형 중 대표적인 것은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입니다.
옥토끼가 멀리서 자신의 고향인 보름달을 바라보는 형상을 가진 지형으로, 뛰어오르는 토끼처럼 지형이 솟아 있고 달처럼 둥글게 생긴 산이 주위를 아우르는 지역을 가리킵니다.
풍수지리학자들은 이곳을 명당으로 일컫습니다.
전남 나주시 송촌동 '망월촌', 무안군 일로읍 망월리 지명인 '망월동', 보성군 벌교읍 지동리 '퇴산' 등이 해당합니다.
전북 남원시 덕과면 고정리에도 뒷산이 토끼가 보름달을 보는 것 같은 형태라고 해서 '망동'이라 이름 붙은 마을이, 용산리에는 옥토끼가 달을 보고 1년을 축원할 만큼 좋은 터라고 해서 이름이 붙은 '분토동' 마을이 있습니다.
전북 김제시 백구면 영상리와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하정리에도 각각 옥토망월형 지형인 '토끼재', '토끼'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 생극면 팔성3리 마을 이름은 '토끼실'입니다.
동네 뒷산이 토끼처럼 생겨 토끼봉으로 불린데다 실제 토끼도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토실' 또는 '토곡'으로도 불렸습니다.
음성읍 평곡리에는 마을 산을 관통하는 하천에 산토끼가 많이 나와 놀았다는 '토계울마을'이 있습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과 상주시 함창읍에는 각각 '토끼밭골', '토끼골'이라는 계곡이 있습니다.
봉화군 재산면 상리에는 지형이 토끼가 앉은 형국이라 해서 붙은 '묘골', 상주시 내서면 능암리에는 마을 앞산이 옥토끼가 바라보다가 물러가는 형국이라 해서 '퇴동'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안동시 남선면 원림리 '중토갓' 마을은 토끼가 달을 보고 절을 하는 지형이란 데서 유래했습니다.
제주 동쪽 끝자락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에는 토끼를 닮은 '토끼섬'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문주란의 국내 유일 자생지로, 문주란꽃으로 새하얗게 뒤덮인 섬 모습이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매년 7∼9월이면 백설같은 꽃을 피우는데, 문주란꽃의 은은한 향기는 밤 중에 더욱 강하게 난다고 합니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백아리에 속하는 한 섬은 '토끼섬'으로 불립니다.
섬의 생김새가 토끼가 앉아 풀을 먹는 형상을 하고 있어 이같이 명명됐습니다.
지금은 매립을 통해 육지가 된 인천시 서구 검단동 '토도'는 매립되기 전 모양이 토끼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에는 고전 우화소설 '별주부전'의 발원지로 알려진 별주부마을이 있습니다.
'자라바위'와 '묘샘', '용새골', '안궁', '궁앞' 등 별주부전에 나오는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마을들이 있어 별주부전의 극중 무대였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자라바위 앞에는 '별주부전 유래비'가,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명이 전해지는 6곳에는 지명 풀이가 담긴 안내석이 설치돼 있습니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에도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려 있다고 알려진 '비토섬'이 있습니다.
날 비(飛), 토끼 토(兎)자가 쓰이는데, 토끼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비토섬 인근에 거북이를 닮은 섬이 접해 있어 별주부전의 전설이 있는 곳이라고 구전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초 토끼와 거북이, 용왕이 만난다는 주제로 '별주부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는 고모산성과 그 익성(翼城·날개처럼 좌우 양쪽에 쌓아서 가운데에 있는 성의 부족한 기능을 돕는 성)인 석현성과 이어지는 옛길 '토끼비리'가 있습니다.
비리는 낭떠러지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석현성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토끼비리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파서 만든 길로 영남과 한양을 잇는 옛길인 영남대로에서 가장 험한 구간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정벌하던 중 이곳에 이르러 길이 막혔을 때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줘 진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토끼비리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토끼해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 토끼 조형 작품이 전시되고 조형물이 설치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은 토끼띠의 해를 맞아 내년 2월 26일까지 토끼 조형 작품 23점을 전시하는 '2023 점프 프로젝트' 야외 전시회를 진행합니다.
성신여대 조소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출품한 작품들로, 희망차고 더 나은 새해를 기원하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한국카툰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내년 2월 26일까지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1층 로비갤러리에서 한국과 일본 만화가 60명이 참여하는 토끼 소재 카툰 전시회 '얼토당토'(얼씨구나 토끼! 당당하다 토끼!)를 엽니다.
경남 창원 창원역사민속관에서도 '묘(卯)한 토끼그림전'이 열려 유난히 크고 긴 귀를 가진 토끼 캐릭터 '베니' 등 토끼를 소재로 한 작품 60점을 선보입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정문구역인 글로벌 페어에 높이 15m의 초대형 토끼 조형물 '래빅'을 설치했습니다.
래빅은 '래빗'(Rabbit)과 '빅'(Big)의 합성어로, '에버토피아'라는 다른 세계에서 살다가 토끼해를 맞아 에버랜드 매직트리를 통해 현실 세계에 도착했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전남 목포 대반동 유달 유원지에는 흑토끼와 흰 토끼, 지름 2m의 달 조형물로 꾸며진 흑토끼 포토존 '목포 오키토끼'가 마련됐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백사장에도 높이 5m, 폭 3m의 대형 토끼 조형물이 설치됐습니다.
충남 예산군은 새해 1월 1일 예당호 야외공연장 입구에 검은토끼와 흰토끼 한 쌍으로 이뤄진 해맞이 경관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