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 경기둔화 우려에 내년 분양 시장 안갯속…25만 가구 예상

내년 민영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올해 대비 38% 줄어든 25만여 가구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상반기부터 집값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고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대다수 건설사가 분양물량을 줄이거나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해 내년 민간 주택공급은 부진한 흐름을 보일 전망입니다.

집값이 내려가는 와중에 분양가는 상승해 예전처럼 분양만 받으면 거액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려워진 만큼 내년 분양시장은 경쟁력을 갖춘 단지만 선택받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와 공동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내 민간 건설사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전국 303개 사업장에서 25만 8천3가구의 민영 아파트가 분양됩니다.

분양 시점과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5만여 가구를 제외한 물량으로, 이를 포함하더라도 계획물량 기준 올해 대비 38% 줄어든 수준이자 201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올해 건설업계가 애초 계획물량의 73% 수준인 30만4천142가구만 분양한 만큼 일부 물량은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기별로는 1분기 8만2천1가구, 2분기 5만5천577가구, 3분기 3만9천270가구, 4분기 3만6천747가구 순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량이 줄어듭니다.

아직 분양 시점을 정하지 못한 물량은 4만4천408가구입니다.

월별로는 2만5천620가구 분양 예정인 2월과 3만4천392가구 분양 예정인 3월에 전체물량의 약 28%가 계획돼있습니다.

9월은 보통 가을 성수기로 꼽히지만 추석이 끼어 있어 예정 물량이 7천257가구로 많지 않습니다.

이처럼 내년 초 분양 예정 물량이 집중된 것은 올해 초부터 급변한 시장 상황에 적절한 분양 시점을 기다리던 건설사들이 연내 분양을 마치지 못한 물량을 내년으로 넘긴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최태순 부동산R114 빅데이터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미분양 리스크 부담감이 예상되면서 올해 4분기부터 밀어내기식으로 진행하던 분양 물량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형별로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전체 분양예정 물량의 약 48%인 12만 5천65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자체 사업(도급 포함)을 통한 아파트 분양물량은 42%인 10만 9천 532가구였습니다.


내년 서울에서는 주목할 만한 정비사업 물량이 많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3천69가구),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1천806가구) 등이 올해 분양가 산정에 난항을 겪거나 조합 내분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분양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또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재건축(2천678가구),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2천83가구), 경기 광명시 광명5R구역(2천878가구), 성남시 성남중1구역(1천972가구) 등지의 분양 일정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경기에서는 광명시 광명1R구역(3천585가구), 베르몬트로광명(3천344가구), 안양시 안양뉴타운맨션삼호(2천723가구) 등이 공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기 지역 내 신도시에서는 파주 운정 1천556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검단 신도시 물량과 도시개발물량이 눈에 띕니다.

검단에서 5천971가구가 분양계획을 밝혔으며 용현학익 도시개발을 통해 시티오씨엘6단지(1천734가구), 시티오씨엘7단지(1천478가구) 등이 공급됩니다.

지방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계획이 많습니다.

부산 남구 대연3구역(4천488가구), 남구 우암1구역(2천205가구), 광주 북구 운암3구역(3천214가구) 등이 공급을 계획 중입니다.

건설사별로는 현재까지 아파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숙박시설 등 주거시설 내년 분양 계획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2만1천126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이어 GS건설(2만1천가구), 포스코건설(1만3천453가구), 삼성물산(9천971가구), DL이앤씨(9천556가구) 등의 순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시장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아 분양계획을 더 보수적으로 세우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민영 아파트 권역별 분양 예정 물량은 수도권 11만6천682가구(45.2%), 지방 14만1천321가구(54.8%)입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7만521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 2만7천781가구, 인천 1만8천380가구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2만7천661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돼있습니다.

이어 대구 1만5천435가구, 경남 1만4천656가구, 충남 1만4천442가구, 광주 1만2천937가구, 충북 1만2천771가구, 대전 1만686가구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주택 대기수요가 적은 데다 미분양이 쌓이는 지역이 많아, 상당수 사업지에서 공급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까지 과열됐던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과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고분양가, 집값 추가 하락 우려감이 맞물리면서 청약시장 판도도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달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 19.8대 1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첨자 가점 평균도 지난해 34점에서 13점 하락한 21점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와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가 서둘러 청약 당첨자에 대한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 무주택자의 무순위 청약 거주요건 폐지 등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알짜입지,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입지가 좋지 않거나 과잉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은 미분양 적체 우려도 커질 전망입니다.

최 책임연구원은 "내년 분양시장은 분양가, 규모, 입지 등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