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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액셀, 브레이크 헷갈렸다" 잦은 고령 사고…면허 반납은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14일)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 관련된 소식이네요. 먼저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비율이 좀 높다고요?

<기자>

지난해 고령 운전자 사고가 5만 6천 건이었는데요, 전체 중 28%입니다. 

사망사고로만 따지면 이것보다 더 많아서 37%나 됐습니다. 고령 운전자 비율이 11.9%인 것을 감안하면 사고 비율이 훨씬 높죠.

지난해 12월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치어 숨졌던 사고, 이후 나흘 만에 발생한 편의점 돌진 사고, 또 가장 최근인 지난달 18일 휴게소 내 사고 모두 운전자가 70, 80대로 고령이었습니다.

특히, 한 운전자는 "액셀과 브레이크가 헷갈렸다" 이렇게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요, 이렇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인지 능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도 줄어서 교통사고로 이어질 여지가 많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정지 시력은 40살부터 나빠져서 60대에는 30대의 80%까지 떨어졌습니다.

<앵커>

그래서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 반납하시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면서요?

<기자>

네, 2018년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면허 반납 연령 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르긴 한데, 우리나라 '고령' 기준인 65세 이상으로 봤을 때 전국 평균 반납률이 2.1%에 불과합니다.

왜 이렇게 저조한가 봤더니, 먼저 노인들이 일거리로 운송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이 들어서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택시나 버스 같은 운송업에 많이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면허를 반납하면 당장 이동이 불편해지죠. 특히 농촌에서는 마땅한 대체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때문에 현재 면허를 반납하면 주는 교통비나 지역상품권 혜택 수준으로는 반납률을 높이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혜택을 늘린 지자체들이 좀 있네요? 이런 지자체 보니까 좀 늘기는 늘었어요, 반납률이.

<기자>

네, 전남을 예로 들어보면, 작년까지 일괄적으로 10만 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주던 것을 올해부터는 5배인 최고 50만 원에다 식당이나 병원 같은 데서 최대 30% 할인 혜택도 받게 했더니 반납 실적이 확 올라갔습니다.

70세 이상 자진 반납 실적은 2019년 1천30명이었던 것이 2배가 훌쩍 넘어서 올해 9월 말 기준 2천240명까지 올라갔습니다.

특히, 최대 50만 원까지 인상했던 전남 순천시는 지난 한 해 256명이었지만, 금액을 올린 지난 1~2월, 1년 실적보다 많은 276명이 몰렸습니다. 문제는 예산이죠.

실적은 높여놨지만, 예산이 바닥나서 더 이상 접수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 9월 추경에서 1천100만 원이 확보되면서 일주일 동안 22명만 더 받고 종료됐습니다.

이렇게 수요 예측을 잘못한 지자체가 많았는데요, 광양시와 구례군, 곡성군과 함평군이 예산이 동이 나서 내년에 다시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앵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해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먼저, 가까운 일본에서는 면허 반납 뒤 2년간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요. 기업 통근버스 합승 같은 대체 수단도 마련했습니다.

고령자들이 면허 갱신할 때 검사 내용도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올 5월부터는 치매 검사까지 하도록 했고요. 미국도 여러 주에서 시력 검사와 적성 검사를 합니다.

일부 주에서는 건강 이상이나 교통법규 미준수 경우에 운전을 제한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과 독일, 호주에서 이미 시행 중인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는 우리도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령자가 운전할 수 있는 장소나 운전 가능한 시간을 미리 정리해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낮에만 운전하게 한다거나 고속도로 운행을 제한하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가 고령 운전자들의 이동권은 보장하면서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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