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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생명의 끈인데…상담전화 3분의 1이 '먹통'

<앵커>

삶의 고비를 겪으며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줄 누군가가 절실하지요. 당국은 이럴 때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번을 누르라고 하는데, 갈수록 전화를 거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통화 연결부터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박세원 기자의 보도 보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우울증이 심해져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정부의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A 씨.

올해 초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했는데, 상담원과 연결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상담량이 많아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통화량이 많아….]

[A 씨 : 내가 주체를 못 할 때는 이러다가는 진짜 누가 한마디 안 해주면 죽겠구나 싶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달 초에는 한강 다리에까지 갔던 A 씨.

이번에도 1393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다리에 설치된 민간 재단이 운영하는 '생명의 전화'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가까스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A 씨 : 만약에 생명의 전화가 없었다면 진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3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습니다.

지난 1~7월까지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으로 걸려 온 전화는 10만 3천여 건.

하지만 A 씨처럼 상담원 연결조차 되지 않은 게 3만 4천여 건으로 33.5%에 달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밤 9시대에 걸려 온 상담 전화 6천303건 가운데, 58.7%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자살예방상담전화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단 말씀이세요?]

전체 상담사는 54명인데, 24시간 교대 근무라 한 근무조에 편성된 상담사가 1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전국에서 걸려 오는 모든 전화를 받다 보니 응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B 씨/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상담사 : 저희도 상담을 하다 보면 '저희 기관이 받지 않는다'에 대한 불만을 많이 호소하세요. 사실 저희도 좀 뭔가 속상하고 답답하거든요. 전국 전화가 오고 있는 만큼 인력 보강은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느끼고는 있어요.]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서동민·홍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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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세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상담사 인력 확충, 시급해 보이는데요?

[박세원 기자 : 저희가 복지부에 물어보니 올해 안에 충원을 해서 현재 54명인 상담사를 8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2018년 말 센터가 상담사가 26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상담사들은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사 자격을 소지하거나 상담 계열 전공자입니다. 자살예방 상담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로 상담전화가 급증했을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되기도 했는데, 이 전문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4월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은 뽑지 않고 있습니다.]

Q. 상담사들의 고충이 클 것도 같은데요?

[박세원 기자 :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상담사들은 상담이 끝나면 그 내용을 정리를 하고 상담했던 사람들이 원하면 지역 정신건강센터로 연결하는 작업까지 진행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는 게 제가 만났던 상담사들의 설명입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는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소통을 하려면 전문가라 하더라도 어려움이 있는 거죠.]

[B 씨/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상담사 :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런 소리들까지 다 듣고 있다 보니 조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불안했던 게 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박세원 기자 : 1393 전화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함께 상담사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도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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