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사 한 방에 '20억'…기적의 약, 보험 적용됐지만

<앵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돕고 있는지 이번엔 다른 문제 하나 더 짚어보겠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유전병을 치료하는 약이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약값이 주사 한 번에 무려 20억 원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 달부터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그 대상이 극소수입니다.

자세한 내용,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3살인 시완이는 1년 전 근육이 생기지 않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백인규/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아버지 : 혼자 앉아 있을 수가 없고 목도 무거우니까….]

걷지 못하니 발목이 접힌 채 굳어 갑니다.

[백인규/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아버지 : 이런 식으로 (발목을) 펴고 있는 상태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굳었어요.]

넉 달마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지만, 매일 해야 하는 재활치료는 전라북도 군산 집에서 부모가 합니다.

주사 한 번으로 80% 치료 효과가 있는 졸겐스마가 지난해 국내에 도입됐지만 약값 20억 원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백인규/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아버지 :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러시아 장모님 장인어른 등 모든 돈 (모으고) 집을 팔아서도 20억 원이 되지가 않아요.]

절망하던 시완이 가족에게 희망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1일부터 보험이 적용돼 부담액이 600만 원 아래로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시완이는 제외됐습니다.

보험 적용 조건은 생후 24개월 이내 체중 13.5kg 이하, 시완이가 24개월에서 50일을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백인규/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아버지 : 50일 이 차이로 이제 맞을 수 없다는 거는 진짜 너무 지금 황당하고 진짜… 진짜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서는 첫 돌까지 잘 뛰어다녔습니다.

그런데 돌이 지난 후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더니 척수성 근위축증이었습니다.

생후 23개월, 체중 9kg인 영서는 다른 이유로 보험 적용에서 제외됐습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악화속도에 따라 1~4형으로 나뉘는데, 보험은 1형만 적용됩니다.

영서는 두 번째로 나쁜 2형이었기 때문입니다.

[척수성 근위축증 환아 어머니 : 그냥 2형도 약을 안 하면 죽어요. 같이 무너지는 아이들인 거고 1형과 2형을 구분을 둘 만큼 2형 애들이 혼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애들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 졸겐스마 투약자는 2천300명, 우리나라는 현재 2명뿐입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최은진, VJ : 신소영, CG : 임찬혁)

---

<앵커>

이 내용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우리나라, 졸겐스마 보험 적용 엄격한 이유는?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졸겐스마 첫 연구에서 효과가 나타난 게  가장 나쁜 단계인 1형 그리고 생후 24개월, 13.5kg 이하였습니다. 그래서 보험 대상을 좁힌 건데요. 후속 연구 볼게요. 1형은 물론 2형도 5세까지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독일, 스페인 유럽 국가들은 보험 적용 넓혔고요. 그 나라에서는 앞서 본 시완이와 영서 모두 보험 적용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적용 기준도 좁지만 첫 1년은 14명, 그 뒤에는 해마다 7명. 인원도 아예 정해놔 버렸습니다.]

Q. 보험 확대 시 비용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자료 보겠습니다. 졸겐스마 투약 필요한 환자 매년 최대 17명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약값 20억 원이니까요, 모두 보험 적용하면 국가가 340억 원 부담하겠죠. 적은 돈은 아닙니다만 한 해 감기 보험 급여액이 1조 7천억 원이거든요. 건보 재정 규모로 보면 아주 큰 돈도 아닙니다. 해마다 어린이 17명의 생명 살리고 걷게 해 주는 비용이니까요.]

Q. 환자 보호자가 갖는 의문점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지금 척수에 넣는 스핀라자라는 보조 치료제가 있는데요. 효과가 있지만 제한적입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스핀라자(기존 보조 치료제) 같은 경우는 4개월마다 맞으면서도 (주사 맞은 지) 3개월이 되면 아이들이 퇴행하는 게 보여요. 조금씩 쓰러지거나 힘이 없거나 손을 떤다거나 이런 분명한 반응이 나오거든요.]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그런데 이 약이 1년에 3번씩 평생 맞아야 하는데요. 약값 한 번이 1억 2천만 원이고요. 보험 적용이 됩니다. 이 약 3년치가 9억 원이 넘는 거죠. 이 비용으로 더 좋은 치료제에 보험 적용해 달라는 게 보호자들의 요구사항입니다.]

Q. 보험 말고 대안은?

[조동찬/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영국과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보험 적용 더 까다로워요. 그런데 대안이 있습니다. 별도의 희소 난치병 환자 약값 지원하는 체계가 있는데요. 영국은 이 돈이 1조 700억 원이나 됩니다. 사회재단이 담당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의 지원책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