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청주에서 의붓딸과 딸의 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50대 남성이 지난주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해 드렸는데, 1심에서보다 형량이 늘어난 이번 재판 판결문을 저희가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친족 성범죄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충분히 반영해 판단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신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아름이와 미소는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며 한날한시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가해자인 아름이 의붓아버지 A 씨에 대한 수사가 한창인 때였습니다.
3개월 동안 아름이는 A 씨와 분리되지 못했습니다.
[허민숙/국회 입법조사관 : 아름이가 다시 재학대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그러한 계부의 압박 속에서 생활했던….]
1심은 징역 20년을 내렸지만, 지난주 열린 항소심에서는 25년으로 가중됐습니다.
1심과 달리, 아름이에 대한 성폭행 죄를 진술의 일관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SBS가 입수한 2심 판결문입니다.
재판부는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한 피해자 상황을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했습니다.
아름이가 성폭행의 뜻을 알고 말했고, 여러 곳에서 한 말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다고 적시하면서,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을 바꾼 건 같이 온 친모가 '그런 적 없다'며 부인하는 걸 아름이가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석민/충북지방법무사회장 : 진술 일관성을 형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어요. '앞뒤 사정을 보니 이 아이가 진술 번복하게 된 이유가 있다' 친족 성폭행의 특징을 정확하게 반영해….]
의붓아버지를 고발했다는 죄책감에, 가족이 해체될까 두려웠던 아름이.
아름이의 이런 마음을 A 씨는 자신의 죄를 덮는 '방어 수단'으로 삼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런 점이 아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결정적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이 친족 성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판결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추진 중입니다.
현행법이 범죄 위험에 놓인 아이를 보호시설로 옮기도록 하면서도,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문구 때문에 제때 분리되지 못하는 일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김선교/국회의원 : (친족 성폭력 범죄는) 2차, 3차 가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강간 등 중범죄의 경우 즉시 분리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는 보호자로부터 강간 등 중범죄 피해를 당하면 아이의 뜻과 상관없이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김용우,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