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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자격 채혈' 강요에 의료인도 아닌데 서로 연습

<앵커>

현행법상 환자의 피를 뽑는 것은 의료행위라서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의 지시로 치과위생사들이 채혈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와서 경찰이 확인에 나섰습니다.

하정연 기자 단독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보겠습니다.

<기자>

서울 성북구의 A 치과 병원. 한 치위생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팔을 내밉니다.

맞은편에 앉은 또 다른 치위생사가 이리저리 팔을 살피더니 직접 주삿바늘을 꼽고 혈액을 뽑기 시작합니다.

해당 병원에 근무했던 직원은 이 장면이 치과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위생사들이 서로 채혈 연습을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직원 : 직원(치위생사)들한테 (의사가) 불법 채혈을 강요하셨거든요. 할 줄 모르는데, 그러면 계속해서 연습을 하거나….]

또 채혈 연습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치위생사들에게 의사가 다가와 자기 팔을 내밀며 무언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A 병원은 임플란트 시술 중 뼈 이식 과정에서 환자의 혈액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의사의 시술 보조와 스케일링, 치아 본뜨기 등을 맡는 치위생사들에게 채혈을 시켰다고 직원들은 이야기합니다.

[전 직원 : 한 2년 동안은 거의 한 1천 명 정도 피해자들이 있고 계속해서 (병원에서) 저희 이야기를 묵살했고….]

의료법상 채혈 같은 의료 행위는 의사와 간호사 같은 의료인이 아니면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신현호/변호사 : 의사나 간호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채혈 행위를 하는 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됩니다.]

병원 측은 치위생사들이 직접 채혈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최근 보건소에 자진 신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성북구보건소 : (치위생사 채혈 여부를) 확인하고 처분을 할 거 같습니다.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정지 들어가는….]

해당 병원의 치위생사 채혈 행위와 관련된 고발장을 최근 접수한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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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하정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이 병원에서만 일어난 일?

[하정연 기자 : 이번 취재 과정에서 앞서 보신 병원 말고도 치위생사에게 채혈을 시키는 사례 굉장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치위생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저희가 살펴봤습니다. 치과위생사 교육 과정에서 배우지도 않았는데,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무섭다, 소규모 치과일수록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A 씨/현직 치위생사 : 하라고 하고 만약 못한다고 하면 시범을 보여주면서 알려주고 하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한번 배워서 해보라는 식으로 이제 얘기를….]

Q. 의료인만 채혈하라는 규정은 환자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

[하정연 기자 : 네, 채혈 과정에서 혈관이나 신경이 잘못될 수 있고요, 과다 채혈을 했을 경우에는 응급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이원/변호사 : 미숙한 사람이 채혈을 하게 되면, 혈관 손상이나 혈관 주변으로 지나가는 신경 손상을 일으켜서… 치위생사들에게 업무 범위를 넘는 진료행위를 지시하는 경우에는 치위생사도 처벌을 받게 되고, 치위생사에게 지시한 의사도 영업 정지 등의 처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정연 기자 : 잘못된 방법으로 채혈을 반복적으로 하다가 폐동맥 고혈압을 일으켜 급성 심정지로 사망까지 한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요. 치과의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호사가 없는 소규모 치과의 경우 근처에 있는 대규모 병원으로 의뢰하는 식으로 채혈을 진행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일부의 의료행위가 의료계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반론보도] <무자격 채혈 강요해 서로에게 연습> 관련
본 방송은 지난 6월 2일 <SBS 8뉴스> 프로그램에서 <무자격 채혈 강요해 서로에게 연습>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대상 치과의원이 계속적인 직원의 문제제기를 묵살하였고, 의사나 간호사만이 채혈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치과의원에서는 치과위생사의 채혈행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직원의 문제제기가 있은 이후 치과위생사의 채혈행위를 중단하고 의료인인 치과의사가 직접 채혈행위를 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2년간 1,000명에 이른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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