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새벽 어두운 옷 입고 무단횡단 사망…"운전자 무죄"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시간 어두운 옷을 입고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사고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판사 정현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65·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오늘(2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8월 16일 새벽 5시 5분쯤 인천시 부평구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70대 여성 B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 씨는 횡단보도가 없는 4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해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도로로 계속 걸었고 이후 마주달려오던  A 씨의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면서 앞을 제대로 봤어야 했고 무단횡단을 하던 B 씨를 발견하고는 속도를 줄였어야 하는 법적 책임이 있다며 A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정에 선 A 씨는 "사고 당시 해가 뜨기 전이었고 피해자가 어두운 옷을 입은 채 왕복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한속도를 지켰고 앞도 제대로 봤지만 충돌할 때까지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차량 운전자에게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 상황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인데 도로교통공단의 의견에 따르면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출 전으로 어두운 상태였고 피해자도 비교적 어두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으로서는 중앙선 인근에 서 있는 피해자의 움직임을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상황까지 예상해 운전해야 할 주의 의무가 피고인에게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