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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러시아는 왜 학살을 반복하는가...우크라이나 '절멸'로 돌아서는 푸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지역을 떠나 동부로 이동하면서, 그동안 저지른 학살의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군이 자행한 끔찍한 전쟁범죄 행위들은 이게 21세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다. 발견된 시신들은 손이 뒤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 부차(Bucha)에서 발굴된 암매장 시신 중에는 이렇게 손이 뒤로 묶인 경우가 많았다. 군인 포로를 이런 식으로 처형하는 것도 국제법상 전쟁범죄 행위다. 민간인에 대해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사진, 4월4일 AP-연합)

부차, 모티딘, 보로댠카 등 이번에 러시아군의 학살로 인한 피해가 드러난 도시들은 우크라이나의 북쪽 국경, 수도 키이우 일대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수습된 시신은 4백 구를 넘어섰으며, 매일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고 있어 전체 피해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
뉴스쉽/ 러시아군 학살 ,전쟁범죄 확인된 지역- 보로댠카 부차 등 지도
부차에서 서쪽으로 32㎞ 떨어진 모티진(Motyzhyn) 시의 한 숲에서는 오르가 스첸코(50) 시장과 남편 이고르, 아들, 올렉산드르 등 일가족이 포함된 시신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3월 23일 러시아군에 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첸코 시장 일가족 시신은 양 손이 결박된 상태였고, 눈가리개도 씌워져 있었다. 특히 스첸코 시장의 시신은 팔과 손가락이 심하게 부러져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 군에 의한 고문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이 지역 주민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시장 등 지역 공직자들을 생포했고, 이들이 협력하거나 우크라이나 방어군의 정보를 불지 않으면 살해했다.
키이우 인근 모티진(Motyzhyn) 숲에 암매장된 시신의 발굴, 로이터 4월4일-연합.
미국은 러시아 군의 침공 전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가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살생부가 작성되었다는 첩보를 공개했었다. 만일 수도 키이우가 함락되었으면, 젤렌스키 대통령도 스첸코 모티진 시장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 수 있다.

더해지는 야만성... '배신자'니까 다 죽이겠다는?


이번에 키이우 주변지역에서 드러난 러시아 군의 학살범죄는 침공 초창기의 민간인 대상 공격보다 더 악질적이다. 침공 초기에는 원거리에서 민간인시설- 방어군 관련시설 가릴 것 없이 포격 또는 폭격을 했다면, 이번엔 직접 사람을 잡아다 고문하고, 성폭행하고, 묶고, 총살한 것이다.
키이우 인근 부차(Bucha)에서 발굴된 시신들. 4월6일, AFP-연합.

러시아 군은 왜 이런 학살을 저지를까. 처음 푸틴의 계획은 수도 키이우를 신속하게 점령해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제거하고 친러 정부를 세우는 것이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군이 저항하지 못할 것으로 오판했을 뿐 아니라, 일단 자신의 군대가 국경만 넘으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환영해 줄 것으로 믿었다. 국경을 넘어온 러시아 부대들이 2~3일치 보급밖에 받지 못했던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강력한 저항을 당한 러시아군은 엄청난 전력 손실을 봤다. 이제 푸틴은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어. 차라리 죽여버리겠어!" 라고 외치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치정살인극의 남성캐릭터 같은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 기사] 푸틴은 어쩌다 '푸틀러'가 되었나

피오나 힐(Fiona Hil) 전 미국 백악관 고문은 서방에서 푸틴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선임 국장을 지냈다. 20년간 푸틴을 연구했으며, 여섯 차례 푸틴을 대면한 경험이 있다. 그런 피오나 힐이 최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모스크바에 대한 '배신자'로 보고 응징 모드로 전환했으며, 우크라이나 장악이 아니라 절멸(annihilation, 깡그리 죽여 없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쉽/ 피오나 힐, 푸틴은 우크라이나 절멸 노려

절멸전쟁(war of annihilation, 독일어로는 Vernichtungskrieg)은 나치 독일이 2차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했던 '독소전쟁'의 성격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대국에 어떤 정치적 어젠다를 강제한다든가 국경분쟁을 해결하는 정도를 넘어, 상대방 국가 또는 국민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것을 목표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무제한 전쟁을 말한다. 나치독일은 소련에 쳐들어가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독일로 끌고가 강제노동을 시켰다. 소련은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우느라 전투원만 8백만명 이상, 민간인을 포함하면 2천만명에 이르는 국민을 잃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을 닮는다는 말처럼, 소련은 독일 침략군을 밀어내고 베를린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독일의 악행을 같은 악행으로 되갚았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성격을 절멸전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나치의 수법과 가장 닮은 전쟁을 벌이면서 '우크라이나 내의 나치 척결'을 명분이라고 내건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다.

쏘아 죽이는 것으로는 부족? 대량으로 굶겨 죽이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총으로 학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규모로 굶겨 죽이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은 남부의 전략거점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그렇다. 러시아군은 2월말부터 지금까지 마리우폴을 포위공격하고 있다. 3월 중순 이후로는 식량과 식수, 의약품의 외부 공급도 사실상 끊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민간인 사망자가 5,000명을 넘었고 사회기반 시설 90% 이상이 파괴된 마리우폴 도시 전체를 말려죽일 심산인 것이다.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모여든 마리우폴 시민들. 4월5일 로이터-연합.
그런데, 배고픔을 무기로 삼는 학살 시도는 이 정도 규모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한 나라 굶겨 죽이기: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배고픔을 무기로 쓰고 있다」는 제목의 지난 1일자 기사에서, 푸틴이 1930년대 홀로도모르(Holodomor)와 같은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홀로도모르는 현지어로 '사람에 의한 대(大)기근 참사'를 뜻하며,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에 조장했던 굶주림과 그로 인한 대규모 사망 사태를 가리킨다.
홀로도모르 당시인 1933년 하르키우의 거리. 굶주림에 지친 사람과 굶어죽은 시신이 거리 곳곳에 널부러져있는 것은 당시 우크라이나의 익숙한 풍경이었다고 한다. 하버드대 도서관 자료. wikipedia.org.
우크라이나는 소련 초창기에도 연방 전체를 먹여살리는 곡창지대였다. 1929년 스탈린은 그런 우크라이나에 농업집단화 명령을 내렸고,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집단농장으로 이주하거나 땅과 생산물, 농기구 등을 내놔야 했다. 당연히 반발이 클 수 밖에 없었고 곡물 생산도 급감했다. 스탈린은 본때를 보이겠다는 식으로 농업 수탈을 강화했고, 밭을 갈 소와 파종할 씨앗까지 압수했다. 반발하는 농장이나 마을은 통째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식량공급을 차단했고, 체포-투옥, 강제이주, 처형 등으로 탄압했다. 이로 인해 1932-33년 우크라이나에서 3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짓들을 보면 '배고픔의 무기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전투와 상관없는 농토에 폐기물이나 지뢰를 묻어놓고 간다든지, 농기구, 농로 등 농업시설을 고의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년같으면 한창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할 시기라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뉴스쉽/ EU 농업 집행위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굶주림을 무기화
유럽연합의 농업부문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집행위원도, 푸틴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굶주림을 창출하고 그것을 무기로 쓰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해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농업기반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기아(飢餓,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로 끝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식용유 원료 등의 세계적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세계 농산물시장이 벌써 공급차질을 예상해 값이 뛰고 있고, 당장 우리나라의 식용유, 밀가루 등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주식인 빵의 가격이 오르게 돼 더 큰 고통을 받을 전망이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학살의 도구화'


크렘린은 문제에 봉착하면 '다 죽여버리자'를 해법으로 채택하는 짓을 반복해 왔다. 외국에 대해서만 학살을 자행한 것도 아니다. 자국민도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1937~1938년 스탈린이 권력 강화를 위해 벌인 대(大)숙청(Great Purge)에서는 기록이 남은 처형 희생자만 68만 명이 넘는다. 수용소나 교화소에 갇혀 강제노동과 고문 등으로 고통받다 죽은 사람도 최소 13만여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규모 숙청은 스탈린 치하 정치경찰로 악명이 높았던 NKVD(내무인민위원회)가 기획하고 집행했다.

1937년의 스탈린(가운데)과 NKVD의 수장 예조프(오른쪽). 예조프는 키 150cm 정도의 작은 체구였지만 가학적인 성향으로 피의 숙청을 집행했다. '스탈린의 개'로 불렸지만 1938년말 토사구팽당했고, 1940년 고문끝에 비참하게 처형되었다. 기록말살형까지 더해져, 나중엔 공산당에 의해 이 사진에서 지워지기까지한다.

소련 내의 여러 소수민족들도 학살의 대상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 출신자들에 대한 학살이다. 러시아의 기획·탐사 전문 월간지인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SS)'는 2015년, NKVD가 1937-1938년 사이 그리스계 숙청작전을 벌여 2만2천여명을 총살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계가 소련 남부에서 해운, 무역, 농업 등에 종사하며 반혁명 스파이 활동에 연루됐다는 게 공산당이 내세운 이유였다.

카틴(Katyn)숲의 학살


1940년에는 폴란드에서 엄청난 규모의 학살을 자행했다. 이른바 '카틴(Katyn)학살' 또는 '카틴 숲 학살'로 불리는 일련의 학살 사건이다. 서구에선 이번 우크라이나에서 드러난 학살이 2차대전 당시의 카틴 학살을 연상시킨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1943년 발굴된 카틴 집단 암매장지. 당시 소련과 전쟁중이던 나치 독일이 발굴해 공개했다.
2차대전 초기인 1939년, 소련은 폴란드를 점령한다. 숙청 담당기관인 NKVD(내무인민위원회)의 수장은 이 당시 라브렌티 베리야로 바뀌어 있었다. 베리야는 소련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는 폴란드 지도층 인물들을 모조리 제거해야 한다고 스탈린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았다. 베리야의 지휘로, NKVD는 1940년 4-5월 사이 폴란드인 장교, 경찰관, 변호사, 기업인, 교사, 성직자, 농민 등 남성 2만2천여 명을 총살했다. 학살은 여러 지역에서 자행되었는데, 이가운데 벨라루스 국경 근처 카틴 숲의 구덩이에서 12겹으로 쌓인 3천여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나중에 이곳에서 발굴된 시신은 4천4백여 구로 늘었다. 이 사건이 '카틴 학살'로 불리게 된 이유다.

카틴 학살은 여러가지 끔찍한 기록을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사형집행자'로 알려진 바실리 미하일로비치 블로힌(Vasily Mikhailovich Blokhin)의 악마적인 살육 기록이다.
권총을 든 미하일 블로힌으로 알려진 사진.
NKVD 소령이었던 블로힌은 카틴 학살 당시 28일 동안 7천 명 가까운 사람을 자신의 권총으로 사살했다. 블로힌은 도살자답게 가죽앞치마와 어깨까지 올라오는 가죽장갑을 착용한 채 권총으로 자신의 작업실에 끌려온 처형대상자의 두개골 아랫부분을 쏘았다. 하루 3백명 처형을 목표로 삼아 3분에 1명 꼴로 죽였다고 한다.

부차 학살과 판박이…2000년 체첸에서의 '자치스트카' 학살

러시아군은 2000년 체첸 수도 그로즈니 일대에서 '자치스트카 또는 자키스트카 (Zachistka, 싹쓸이, 소탕)'로 불리는 학살을 자행했다. 원래 자치스트카는 건물의 방을 일일이 뒤져가며 적군을 소탕하는 근접전투를 이르는 러시아군의 용어였다.

당시 러시아군은 체첸 반군의 뿌리를 뽑겠다며 민간인 가정을 집집마다 뒤져 반군활동에 조금이라도 관여된 것으로 의심되는 남자들을 체포 또는 살해하는 자치스트카 작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노약자나 여성에게도 총을 쏘거나, 공포에 질린 이들이 숨은 지하실에 수류탄을 던져넣어 수십 명을 살해하는 등의 전쟁범죄 행위를 잇따라 저질렀다.
2000년 2차 체첸 전쟁 당시, 시신을 대량매장하는 러시아군 (Natalia Medvedeva -ipvnews.org)
당시의 학살범죄는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단체들에 의해 외부세계에 알려져 국제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후 서구에서는 '자치스트카'라는 말이 체첸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게 되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당시 러시아군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체첸 민간인을 잔혹하게 처형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은 그런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다시 유럽에 되살리고 있다"고 썼다.

러시아는 대체 왜 자꾸 이러는가

러시아군은 2010년대 중반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해서 아사드 독재정권의 민간인 상대 화학무기 공격을 지원했거나 화학무기 개발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반군지역에 대한 무차별 공중폭격을 통해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아랍의 봄' 시위의 확산을 틈타 중동지역에 퍼지는 서구자유주의를 차단하려면 시리아의 권위주의 정권을 지원해야 한다는 푸틴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자유주의 서구세력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군사행동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닮은 꼴이다.
양민학살하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 2018년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대사관 앞 (게티이미지)

이런 여러 사례를 살피다 보면, 학살은 구소련부터 이어지는 러시아 핵심부의 집단적 기억 속에는 학살이 유용한 도구의 하나로 저장되어 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도 20세기에 끔찍한 학살 범죄를 저질렀지만, 두 나라의 경우 전쟁에 패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두 나라에서 학살을 포함한 비인도적 전쟁 정책을 주도한 인물들은 전범재판으로 처벌됐고, 국가는 이전 체제와의 단절을 강요당했다. 패전과 전후 재건에 따르는 고난의 시간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지도자들의 전쟁범죄 명령을 무비판적으로 수행했거나 체제에 순응했던 과거에 대해 일단 반성의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나치 독일의 전쟁범죄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피고석. 1945년 10월31일.

반면 러시아는 패배를 통한 단절과 반성을 강요당한 적이 없다. 2차대전에서 소련은 나치독일을 꺾은 전승국이었으므로 2차대전중 소련이 벌인 학살은 단죄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냉전기에는 공산주의진영의 우두머리로서 세계의 절반을 호령한 슈퍼파워였고, 구소련연방이 해체된 이후에도 지배층은 사실상 그대로 이어졌으므로, 역시 단절과 반성의 계기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러시아는 소련 이전으로 퇴행하여 제정러시아를 지향하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얘기를 쓰면 꼭 따라붙는 반론이 있다. 미국도 한반도, 베트남, 중동 등 세계각지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이다. 맞다. 미군도 전쟁범죄를 저질렀고, 국제형사법정에서 단죄되지 않았다. 그래도 미국은 내부 비판여론이 자유롭고, 스스로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자정작용이 활발한 나라다. 미군이 전투중 저지른 민간인 살상이나 포로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를 여론화해 당사자들을 처벌받게 한 건 미국의 활동가들과 언론이었고, 미국의 사법당국과 법원이었다. 권력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화학물질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거나 감옥에 끌려가고 매체 문을 닫아야 하는 나라들과는 다르다.

푸틴의 지지율,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오히려 높아져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오히려 높아졌다.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국영매체의 선전 외에 다른 정보가 통제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르지만, 개탄스러운 일이다.
뉴스쉽/ 오히려 높아진 푸틴 지지율 그래프

1999년 6월부터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의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는 모스크바의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푸틴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여름(2021년 8월)만 해도 61%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올해 2월 71%, 3월 83%로 급속히 올랐다. 푸틴 집권 20여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지지율이다. 반면 푸틴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거의 대칭적으로 급격히 줄었다.

레바다 센터의 데니스 볼코프 국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될 때 러시아인들은 충격과 혼란을 느꼈으나 현재 국민들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포위돼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으므로) 푸틴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나라를 떠나는 중이다. 러시아 체제 안에서 반발이 일어나 푸틴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을 전쟁 종식의 유일한 희망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암울한 현실이다.
[뉴스쉽] 대표 이미지 - 학살은 러시아의 종특인가

푸틴의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를 법정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참고 기사] 푸틴을 전범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죄를 위한 노력은 시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전 인류적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김정은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 콘텐츠 디자인: 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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