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2백 50만 명가량의 이주민이 있습니다. 일부는 과거에는 불법체류자라고 불렸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입니다. 자녀들도 많은데, 문제는 이 아이들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배준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삶도 아빠, 엄마처럼 고단합니다.
잠이 부족한지 울음을 터트립니다.
해뜨기 전이라서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대입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지금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 모두 한 시간 넘는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데, 아이들을 맡아 줄 몇 안 되는 어린이집도 멀기 때문입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 : 아침부터 우리 와이프랑 빨리 공장 가요. 아기 빨리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그런데 이 어린아이들, 우리 사회 어디에도 흔적이 없습니다.
부모처럼 법의 테두리 바깥에 놓인 미등록 이주민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민은 30만~40만 명,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미등록 이주민은 대부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종사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한국에 왔다, 미등록 이주민 신세가 됐지만 한국에게도 그들은 절실한 존재입니다.
[안창희/중소 업체 운영 : 저런 분들이 없으면 제가 볼 때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문을 닫아야 할 수준까지 될 거 같아요. 지금 (미등록) 외국인들이 6명 있어요.]
필리핀 국적의 이 20대 여성은 한 달 전, 임신 6개월 만에 아이를 조산했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인큐베이터에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이기에 의료보험은 없습니다.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산후조리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아이만을 생각하며 쉼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국적 여성 : 아이가 잘못한 거 없잖아요. 저는 이 아기한테 제일 좋은 것들 주고 싶어요.]
이제 갓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아이도 마치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이상협/천주교 신부 : 출생증명서조차 제대로 발급받지 못한 실제로 태어났지만,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그런 아이들이 많다고 봐야죠. 한 마디로 있지만 없는 그런 아이가 된 것이죠.]
[필리핀 국적 여성 : 여기 있을 때 병원 갈 때 치료받는 거 정말 간절히 원합니다. 아기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