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71주년…올해 키워드는 '장진호'

해마다 오늘(10월 25일)이면 중국의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는 한 장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중국의 자칭 '인민지원군'이 줄지어 압록강을 건너는 사진입니다. 실제로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한국전쟁에 참전한 건 1950년 10월 19일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첫 전투를 치른 10월 25일을 참전 기념일로 삼고 있습니다. 압록강을 건너는 사진은 올해에도 '오늘 이날, 잊으면 안 된다'는 문구와 함께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조선)을 도왔다'고 해서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릅니다. 또,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에 대해 '인민해방군'이란 공식 명칭 대신 '인민지원군'이란 칭호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지원'은 '돕다'는 의미의 '支援'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여 나선다는 의미의 '志愿'입니다. '인민들이 스스로 자원해서 나선 군대'라는 뜻으로, 영어로 표현하면 '볼런티어(Volunteer)'에 해당합니다. 중국은 인민들이 스스로 자원해 참전했던 만큼 그 희생이 더 고귀하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중국 측 추산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숨진 중국군의 수는 197,653명. 중국은 이들을 '열사'라 칭합니다.


올해는 중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지 71년 되는 해입니다.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항미원조 70주년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떠들썩하게 '기념행사'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입니다. 올해 중국은 오히려 '중국 유엔 가입 50주년 행사'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이 유엔에 가입한 날도 10월 25일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네티즌들은 여전히 '유엔 가입'보다는 '항미원조'를 더 기념하고 있습니다. 25일 낮 12시 10분 현재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는 '항미원조' 관련 여러 개의 해시태그가 조회 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미원조기념일'과 '#항미원조 출전 71주년'의 조회 수는 각각 2억 6천만 회와 2억 회를 넘었고, '#항미원조 영웅에게 바치는 노래'는 8천만 회, '#미군 불패의 신화를 어떻게 깨뜨릴 수 있었나'는 3천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엔 가입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시태그는 '#50년 전 오늘, 유엔 총회장은 들끓었다' 하나로, 조회 수는 7천만 회 정도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이 미국과 싸웠던, 자기들이 '승리한 전쟁'이라 기록하고 있는 항미원조 전쟁을 중국 네티즌들도 더 기리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항미원조'의 키워드는 '장진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 매체들은 항미원조 기념일을 하루 앞둔 24일,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에 있는 장진호 전투 전사자 묘지를 방문한 것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리진쥔 주북한 중국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23일 함경남도 장진호 근처 인민지원군 열사릉을 찾아 헌화했다'고 전했습니다. '젊은 외교관 대표들이 인민지원군의 용맹함을 칭송하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중화민족의 부훙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을 결의하는 시를 낭송했다'고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장진호'의 기세도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봉 26일째인 10월 25일 영화 '장진호'의 입장 수입은 53억 3백만 위안으로, 우리 돈 9,717억 원이 넘습니다. 관객 수로 환산하면 1억 2천만 명에 가깝습니다. 개봉한 지 26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안에 기존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가 가지고 있는 중국 역대 최고 입장 수입 56억 9천만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진하던 미군 등 유엔군이 12만 명에 달하는 중국군에 포위돼 고전했던 전투입니다. 장진호 전투에서의 유엔군 사상자는 1만 7천여 명, 중국군 사상자는 4만 8천여 명으로 중국군의 피해가 더 컸지만, 유엔군이 남쪽으로 철수하면서 전황의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중국이 승리한 전투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무역, 외교, 인권, 코로나19 기원 등 전방위에 걸쳐 총성 없는 미·중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에, 중국 당국이 장진호 전투를 부각하고, 중국인들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