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전셋값이 4억 4천만 원인데 4억 원 이하 주택만 대출해 준다고?

작년에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정책 전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대상 주택 기준이 시세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제공하는 부부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대상 주택은 임차 보증금이 일반·신혼가구 모두 수도권 3억 원 이하, 지방 2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이 수도권 4억 원, 지방 3억 원으로 1억 원씩 올라갑니다.

대출 신청인은 배우자와의 합산 연 소득이 5천만 원 이하(신혼부부나 2자녀 가구는 조건에 따라 연 소득 6천만 원까지도 가능), 세대원 전원 무주택, 순자산 2억9천200만 원 이하라는 조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1억2천만 원, 지방 8천만 원(신혼부부는 수도권 2억 원·지방 1억6천만 원)입니다.

대출 기간은 2년이며 4회 연장해 최장 10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한도도 적지만, 대출 금리는 소득과 보증 금액에 따라 연 1.8∼2.4%(신혼부부 연 1.2∼2.1%)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고공 행진을 지속한다는 점입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과 전국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각각 4억4천156만 원, 3억2천355만 원을 기록하며 4억4천만 원, 3억2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7월 대비 6천801만 원, 9천654만 원 올랐습니다.

올해 가을철(9∼11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8만3천 가구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약 8만7천 가구)보다도 감소해 전세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중소기업 취업 청년과 청년 전용 상품도 있습니다.

이들 상품의 대상 주택은 각각 전세보증금 2억 원 이하, 1억 원 이하여야 합니다.

지난달 기준 연립주택의 평균 전셋값 시세가 수도권 1억7천124만 원, 전국 1억4천874만 원까지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는 셈입니다.

배성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민원을 많이 받아 필요성에 공감하고, 제도 개선을 신중히 검토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기금 운용 계획을 수립해 재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당장 내용을 반영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