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골 마을마다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기며 제사를 지내온 나무를 당산목이라고 하는데요. 충남 예산에 수백 년 된 느티나무, 당산목이 있는데 땅 주인이 갑자기 조경수로 판매하겠다고 나서 논란입니다. 주민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은호 기자입니다.
<기자>
예산군 대술면 한 마을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령이 수백 년은 된 듯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가지 곳곳이 잘린 채 훼손돼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잘려 나간 큰 가지들이 이미 바싹 말라 버려졌습니다.
주민들은 500년 넘게 마을 입구를 지키며 공동체 문화의 중심을 이루던 나무, 즉 당산목이 훼손됐다며 충격에 빠졌습니다.
[강희수/마을 이장 : 특히 노인분들께서 너무 걱정을 하고 이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도 하고 엄청 걱정을 했어요.]
나무를 베어 낸 사람은 2년 전 산을 매수한 외지인 A 씨입니다.
주민들은 A 씨가 뿌리를 자르고 가지를 잘라내며 나무를 통째로 캐내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말합니다.
산림훼손 등을 이유로 군청에 신고도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호소합니다.
또 나무를 예산군이 추진하는 농촌체험마을에 옮겨심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A 씨 배후에 예산군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희수/마을 이장 : 산주하고 나무 전지작업하는 분이 군청 테마공원 만드는 곳으로 이걸 옮겨갈 거래요. 사전에 합의나 의혹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예산군 측은 나무가 사유재산인 만큼 주민 반대만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인에게 판매될 것으로 안다며 농촌체험마을 이전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류우현/예산군 산림보호팀장 : 실무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저희 군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수목에 해당되지 않고 그런 사실이 하나도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마을의 상징이던 당산목이 조경수로 전락할 위기에 놓은 상황.
주민들은 예산군이 마을과 나무, 모두를 위한 해법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