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록색 신호에 맞춰서 긴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남성이 절반쯤 가서 좌회전하던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행자의 걸음이 느리다 보니 그새 신호가 바뀌어 차량 운행이 시작됐던 것인데, 운전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고 피해자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CJB 진기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
느린 걸음 탓에 절반도 못 가 보행신호가 끊겼고, 좌회전 차량이 어르신을 그대로 덮칩니다.
어르신은 큰 충격을 받고 도로 위에 굴렀지만 운전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신호가 바뀌면 횡단보도는 일반 도로로 간주되고, 도로 위 사고는 사망 또는 사지마비 정도의 중상해일 때만 운전자를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한문철/변호사 :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면 횡단보도의 성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그건 횡단보도가 아니에요. 만일 보행자가 사망했거나 중상해일 때는 처벌 대상인데, 그렇지 않은 부상일 때는 공소권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를 입수한 어르신 가족들은 깜짝 놀랄만한 상황을 발견했습니다.
앞을 잘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앞유리에 성에가 잔뜩 낀 채 운전한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박태선/피해자 가족 : 그 앞에 성에만 없었으면 시야 확보가 됐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 사고는 운전자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났다고 생각해요.]
취재진이 사고 현장에 나가 측정을 해보니 녹색 신호 길이는 28초로, 일반인 걸음걸이에 맞춰놓았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제시간에 건너지 못하고 중간에 신호가 바꿔버립니다.
[신헌묵/청주시 내덕동 : (저처럼) 걷는 게 괜찮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거동이 불편한 사람한테는 신호가 짧죠. 위험하죠.]
횡단보도 중간에 보행섬 같은 대기 장소들을 마련하는 등, 교통약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진기훈 CJB·이천기 C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