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2,964명, 올여름 폭염으로 네덜란드에서 사망한 사람들 숫자이다. 프랑스에선 최고 기온이 46도까지 올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벨기에, 영국, 룩셈부르크 등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도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기록됐다. 일본은 올 한 해에만 폭염으로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열사병 환자는 1만 8천여 명에 달했다. 미국은 11개월 동안 962mm의 비가 내리면서 역시 자체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고, 남반구에 있는 호주엔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모두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은 역대 2~3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위는 강한 엘니뇨의 영향을 받았던 2016년)
근 5년과 10년의 전 지구 평균 기온도 최근 5년(2015~2019년)과 10년(2010~2019년)이 가장 높은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1980년대 이후 매 10년이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WMO는 2019년 1~10월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보다 1.1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북극 대부분 지역이 이례적으로 높았고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대부분 대륙도 최근 평균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났다. (아래 그림 참조)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온실가스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끝을 모른 채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407.8ppm으로 이미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019년에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1750년 이전) 이전보다 약 47% 증가한 기록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힘인 복사 강제력(Radiative Forcing)도 1990년 이후 약 43% 증가했다. 복사 강제력이 증가했다는 것은 지구에 열이 쌓여 기온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NOAA는 복사 강제력 증가의 원인 중 80%가 이산화탄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산화탄소 증가가 기후변화 요인을 43% 정도 증가시켰다는 이야기다.
WMO에 따르면,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동위원소 측정을 한 결과, 이산화탄소 증가 원인이 자연발생이 아닌 화석연료나 자동차 등 인간 활동이 원인임이 밝혀졌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CH4)과 아산화질소(N2O)도 2018년 1,869ppb와 331.1ppb로 산업화 이전보다 각각 259%와 123% 높은 수준을 보였다. WMO는 21세기 동안 전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비정상적인 날씨 피해를 우려했다.
● 해수 온도 높아져 빙하 녹고 해수면 상승하고
온실가스의 증가로 생긴 기후 시스템의 에너지의 초과분은 80% 이상이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다. 해양 상부 700m와 2,000m의 열용량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지속적으로 기록을 경신 중이다. 해양 상부의 열용량이 높다는 것은 해양이 가진 에너지가 많다는 뜻이고, 결국 해양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10년(2009~2018년) 동안, 해양은 이산화탄소 방출량 약 22%를 흡수했다. 해양 폭염 분석 결과, 2019년 해양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기간은 1.5개월에 이른다. 해양 폭염이 '강함'으로 분류된 곳(38%)도 '보통'으로 분류된 곳(28%) 보다 많았다. 북동태평양 지역은 '심각' 단계로 분류됐다.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녹으면서 해양 산성화도 진행됐다. 전 세계 250여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바이오 애시드 프로젝트(Biological Impacts of Ocean Acidification-BIOACID)에 따르면 지난 250여 년 동안 바다의 산성도가 26% 증가했다. 실제 해양 산성화로 이미 태평양 북서부 연안에서는 굴과 조개류, 산호초가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도 상승했다. 2019년 북극해 얼음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9월에는 북극 얼음 면적이 역대 3위로 적었고, 9월 18일에는 415만 제곱킬로미터로 일별 최저값,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래 그림 참조)
2019년 한반도 역시 2018년 한 해 평균 온도보단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름만 놓고 보면 작년에 비해 다소 무난한 여름을 보냈다. 홍천 41도, 북춘천 40.6도, 의성 40.4도 등 40도가 넘나드는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에 비하면 무탈한 여름이었다. 올여름 최고 기온은 2019년 8월 5일에 의성에서 기록된 37.6도였다. 작년 최고 기온보다 3.4도 떨어진 기온이다. 여름 평균 기온만 봐도 30.5도를 기록한 작년에 비해 올해는 28.9도로 떨어졌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올여름 한반도는 어떻게 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도 당연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연평균 기온을 보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아래 그래프 참조)
한반도에 기온이 상승하다 보니 해수면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해수면이 매년 2.97mm씩 상승했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상승률은 연 3.48mm를 기록하며 해수면 상승률도 증가세를 보였다.
● 유난히 가을 태풍 많았던 한반도
올 한 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7개다. 그중 가을(9월~10월)에 영향을 준 태풍은 13호 링링, 17호 타파, 18호 미탁으로 모두 3개가 기록됐다.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래 가장 많은 가을 태풍이 한반도를 찾아온 해이다. 태풍이 몰고 온 비 때문에 강수량도 1973년 이후 네 번째로 많았다. 한반도에 영향을 준 전체 태풍 개수도 평년 3.1개에 비해 올해는 가을 태풍을 포함 모두 7번 영향을 줬다. 두 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가을 태풍도 가을 태풍이었지만, 올 한 해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전반적으로 많은 한 해였다.
태풍은 매년 25~30개 정도가 발생하는데 올해도 12월 현재까지 28개로 평년과 비슷했다.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면 예년과 비슷한 빈도로 발생한 태풍이 유독 한반도로 많이 들어왔다는 해석이다. 태풍은 보통 한반도 근처에선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인다. 올가을엔 필리핀 동쪽 해상의 수온이 높아 필리핀 해상서 상승기류가 발생했고 이 기류가 일본에서 하강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가을에도 그 힘을 잃지 않고 버텼다. 결국 평년보다 확장한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가을 태풍들이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올가을 한반도에 많은 태풍들이 찾아온 이유이다. 예년보다 높았던 해수 온도, 예년보다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영향을 준 것이다. 모두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다.
2019년이 역대로 더운 해로 기록되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태풍은 많이 들어왔지만, 올해 무난한 여름과 비교적 포근한 겨울을 보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은 체감상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는 물론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의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된다.
<참고문헌>
*WMO provisional statement on the 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19
*Biological Impacts of Ocean Acidification-BIOACID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