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안인득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공포에 시달렸던 주민들이 그간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대해 신고한 경찰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오늘(25일) CBS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관련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가 공개한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안인득의 폭력행위에 경찰출동을 요청한 신고는 2018년 9월 26일부터 지난 3월 13일까지 모두 8건인데, 3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흘 사이에만 무려 5건이 집중됐습니다.
이 중 녹취파일 보존 기간인 3개월이 지난 신고 2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안인득 공포'에 시달리는 아파트 주민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담겼지만, 급박한 상황에 비해 경찰의 응대가 미흡했던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출동 후에도 대부분 '계도 후 현장 종결'처리했으며,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른 안인득을 다음 날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공포에 질린 주민은 경찰에 "층간 문제 때문에 그렇긴 한데 지난번 우리 집 앞에 오물을 뿌리고 가서 제가 신고한 적이 있다"며 "방금 출근하는데 우리 집 바로 아래층 남자(안인득)가 달걀을 던지면서 폭언을 퍼부었다. 지금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와야 한다. 불안해서 못 산다"고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내용을 알고 가야 한다. 빨리 가는 거 좋은데 알고 가야죠…"라며 "지금 그 사람이 찾아오기로 했다는 이런 말입니까 와있다는 말입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이 신고 내용을 인정했고, 신고자가 차후 같은 일이 벌어지면 다시 신고하기로 했다'며 '현장 종결' 처리했습니다.
주민이 "(안인득이) 아침에 시비를 걸고 눈을 보니 풀려 있었다"며 "(마)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고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경찰은 "출동은 하는데 괜히 오해 살 요점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근거가 있는지 물어보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상호 간에 욕설만 하고 폭행 등 피해 사실은 없다'며 '계도 후 현장 종결'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인 3월 10일 오후 10시 20분, 이번엔 호프집에서 안인득이 망치를 휘두르며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인득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다음 날 피해자와 합의됐다며 안인득을 풀어줬습니다.
다음 날 3월 13일, 윗집 주민의 마지막 신고 전화였습니다. 이 주민은 "어제 제가 아랫집(안인득 집)때문에 경찰 접수를 했다. 오늘 전화기를 안 가지고 내려왔다"며 "이게 경비아저씨 전화기인데 내려오자마자 욕을 하고 그래서 집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안인득이) 욕을 하고 따라서 오더니만 제가 경비아저씨를 만나서 전화를 하니까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저 집에 못 올라가겠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역시 '폭행 등 사실 없고 욕설만 했다'며 '계도 후 현장 종결' 처리했습니다.
경찰은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지고 사과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자·타해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정부 차원의 좀 더 촘촘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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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