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조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의 이륙부터 추락까지 최후의 상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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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속에 비행 여건은 완벽했고 게타츄는 8천 시간의 비행 경험을 가진 베테랑 기장이었습니다.
오전 8시 38분 여객기는 목적지인 케냐 나이로비를 향해 활주로를 떠나 공중으로 날아올랐으며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비행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이륙 직후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오전 8시 39분 여객기가 약 해발 2천400m 고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기체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모함메드는 즉시 아디스아바바 공항 관제탑과 교신했고 갈라진 목소리로 "비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관제탑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며 그러는 사이 게타츄는 여객기의 기수를 들어 올려 고도를 유지하려 사투를 벌였습니다.
오전 8시 40분 조종사의 안간힘에도 아랑곳없이 여객기는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지상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때 한 조종사가 동료에게 "피치업, 피치업"이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여객기는 낙하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고 관제탑과의 교신마저 끊겼습니다.
이륙부터 추락까지 6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승객과 승무원 157명이 모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순간이었습니다.
피치업은 항공전문용어로 기체의 각도나 속도가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아무리 조종간을 움직여도 회복할 수 없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사고 상황 재구성은 추락 전 실속 방지 자동시스템이 작동됐다는 사고 조사관들의 예비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앞서 WSJ는 수주 간 사고 원인 분석을 한 조사관들이 블랙박스 데이터를 토대로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전 실속 방지 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 (MCAS)이 작동했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작년 10월 189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라이온 에어 여객기 사고 때와 흡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실속은 비행기의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실속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안전 고도와 기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MCAS입니다.
라이온 에어 여객기의 경우 항공기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받음각 (angle of attack) 센서가 고장 나 실속 상황이 아닌데도 실속 상황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MCAS가 오작동한 것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거론돼왔습니다.
에티오피아 당국도 5개월 새 일어난 두 건의 치명적 여객기 추락 사고 사이에 "명백한 유사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며칠 내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예비적 결론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