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대령 숍입니다.” 그는 경직된 군대 억양으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에는 답이 없었고 그는 다시 “네, 대령 숍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침묵이 흘렀고 “제 말이 들리십니까?”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뜻밖에도 가녀린 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나왔습니다. "정말 산타 할아버지세요?" 숍 대령은 즉각 어두침침한 사령부 센터를 둘러봤습니다. 누가 장난을 치나? 언뜻 생각이 들었지만 미국 방위의 심장부인 이곳은 결코 장난을 칠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대령은 침착하게 물었습니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겁먹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오류로 최고 기밀의 핫라인에 전화가 연결됐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당시 38살로 네 아이의 아빠인 그는 산타가 아니라고 답하기보다는 산타 할아버지와 같이 일을 한다며 아이에게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번호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전화번호 중 한 자리가 잘못 인쇄됐고 이 번호는 최고 기밀의 콜로라도스프링스방공사령부 핫라인 번호였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시어스 백화점의 장난감 가게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산타에게 전화가 가는 대신 최고 기밀의 미군 시설로 전화가 연결된 것입니다.
숍 대령은 전화회사에 연락해 이 번호를 시어스 백화점에 주고 사령부에 새로운 번호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사이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를 안내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잘못 걸려온 전화들로 사령부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 기회에 군의 딱딱한 이미지도 바꿀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사령부(CONAD)는 보도자료를 내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북극에서 출발한 산타의 썰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1955년 12월 24일부터 공식적으로 산타 추적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사령부가 발표한 첫 보고는 산타가 1만 미터 상공에서 시속 45노트(83km)로 이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숍 대령의 딸 밴 커렌(Van Keuren)에 따르면 아버지는 홍보에 재능이 있어서 한 지역 라디오 방송과 전화 연결을 해 산타 썰매로 보이는 미확인 물체를 사령부(CONAD)가 추적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다른 라디오 방송은 산타의 위치를 계속 업데이트했고 이것이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했고 산타 추적 작전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발전했습니다. 이후 숍 대령은 산타 대령으로 불렸습니다.
1958년 미국과 캐나다가 핵 방위를 협력하면서 산타 추적 작전은 콜로라도스프링스방공사령부(CONAD)에서 북미우주방위사령부(NORAD)로 이관됐지만 이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1,500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전 세계 235국에서 오는 13만 5천 통의 전화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는 산타의 실시간 경로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 있게 됐고 2017년부터는 북미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웹 페이지에서 8개 언어로 산타 위치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산타 추적 서비스는 크리스마스이브인 미국 동부시간 24일 오전 6시(한국 시간 오후 8시)부터 시작되며 전화 1-877-HI-NORAD나 이메일 noradtrackssanta@outlook.com으로도 산타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숍 대령은 2009년 사망했지만 대령의 딸 밴 커렌이 아버지를 이어서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참조=https://www.noradsant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