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울산의 한 석유 화학 공장에 방사성 폐기물이 2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보관돼 있습니다. 보관 탱크가 부식될 우려도 있고 주변에 위험 물질도 있어서 좀 더 세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안전하다는 입장입니다.
김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울산에 있는 태광산업 석유화학 공장입니다. 300t 넘는 방사성 폐기물이 1995년부터 탱크 2곳에 나뉘어 보관돼 있습니다.
방사성 폐기물은 합성고무 원료 생산 과정에서 우라늄 성분의 촉매제를 써서 나왔습니다.
20년 넘게 무허가 탱크에 보관해 오다 2년 전 적발됐는데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현재 탱크 밖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몸에 해로운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탱크가 부식돼 폐기물 성분이 샌다면 문제입니다.
이 탱크는 원래 방수용인 카본 스틸로 만들어졌는데 카본 스틸은 보통 5년이 지나면 부식이 시작됩니다.
[태광산업 관계자 : 탱크는 카본 스틸로 구성이 돼 있고, 이 카본 스틸은 부식성이 강한 철판이죠, 이게. 탱크 내부에 부식이 일어나서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고….]
그래서 미국에선 카본 스틸 재질의 드럼이나 탱크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 방벽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탱크 내부의 부식 여부는 조사된 적이 없습니다.
2년 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폐기물에서 수분을 뺀 뒤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옮기라고 명령했습니다.
문제는 고체화 기술이 이제야 샘플 실험 단계라는 겁니다. 기술이 완성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장에 방사성 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이 있지만 원안위는 작업자 안전을 이유로 임시 이전에 반대 입장입니다.
[황주호/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지금은 우선 (공장 안에서) 저장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분들이 다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관심 있게 봐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탱크와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시안화나트륨이 생산됩니다.
시안화나트륨은 물에 녹으면 폭발성이 강한 시안화수소를 만들어내는 맹독성 물질입니다.
[김규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자유한국당) : 폭발성 물질 시안화수소가 발생하는 곳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버젓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조속한 처리가 시급합니다.]
태광은 시안화나트륨을 물에 닿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원안위는 해당 탱크를 매년 검사하고 있고 원자력안전법 기준을 충족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이승환·최대웅, 영상편집 : 박기덕, VJ : 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