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위투'뿐이 아니다. 10월 태풍 '콩레이'는 지난달 6일 경남 통영에 상륙해 영남지방을 관통했다. 특히 일본에는 올해 태풍 '종다리'와 '리피', '시마론', '제비','짜미'등 모두 5개의 태풍이 상륙했다.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와 엄청난 피해를 내는 강력한 태풍이 점점 더 고위도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체코, 스위스, 러시아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동부지역 등 북위 33도에서 45도 사이의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친 태풍에 대한 기록과 이 지역에 있는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해 태풍 활동 지역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했다(Altman et al., 2018).
북위 33도에서 45도 사이의 동아시아 지역은 태풍 일생에서 볼 때 주로 후반기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즉, 태풍 활동 영역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지역으로 태풍이 해안에 다가서거나 상륙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지역의 태풍 활동을 분석할 경우 태풍이 예전에 비해 점점 고위도로 올라오는지 또 예전에 비해 보다 더 강한 태풍이 상륙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해안지역 3곳 등 모두 6개 산림지역에 있는 나무 54종 1,207그루의 나이테를 조사해 1840년대부터 동아시아 지역 태풍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태풍이 해안에 다가서거나 상륙할 경우 산림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고 이 같은 태풍의 영향은 나무의 나이테에 고스란히 남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태풍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 1800년대까지도 태풍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태풍이 숲을 강타하면 숲 상층부를 구성하는 나무의 잎이 떨어지거나 나무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히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태풍 내습으로 숲을 덮고 있던 큰 나무가 사라지면 그동안 큰 나무에 가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던 나무(피압목, suppressed tree)가 충분한 햇빛을 받아 빠르게 성장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나무가 천천히 자라다가 갑자기 빠르게 자라는 시점 즉, 나이테 간격이 갑자기 넓어지는 시점을 태풍이 내습한 시점으로 잡았다. 태풍으로 숲에 큰 교란(canopy disturbance)이 발생한 시점을 잡은 것이다. 물론 가뭄이나 산불, 폭설, 곤충 창궐 등으로 숲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제외했다.
문제는 태풍이 점점 더 고위도로 올라올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태풍이 주로 바다를 통과하는 저위도 지역과는 달리 중위도 지역에는 많은 사람과 각종 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태풍을 겪어보지 못한 고위도 지역까지 태풍이 북상할 경우 태풍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태풍이 내습하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나리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열대지방은 더욱 더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강한 태풍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은 현재 태풍 활동 가장자리 지역을 뛰어넘어 점점 더 고위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현재 남해 먼바다로 지나가던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하고 남해안에 상륙하던 태풍은 중부지방이나 북한지방에 상륙할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Jan Altman, Olga N. Ukhvatkina, Alexander M. Omelko, Martin Macek, Tomas Plener, Vit Pejcha, Tomas Cerny, Petr Petrik, Miroslav Srutek, Jong-Suk Song, Alexander A. Zhmerenetsky, Anna S. Vozmishcheva, Pavel V. Krestov, Tatyana Y. Petrenko, Kerstin Treydte, and Jiri Dolezal, Poleward migration of the destructive effects of tropical cyclones during the 20th centur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2018). DOI: 10.1073/pnas.180897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