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항 가족 1만 명을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열과 성을 다 바쳐서 금년 내에 해결을 하겠습니다." (정일영 / 인천공항공사 사장)

그렇다면 약속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정규직화' 작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공항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정년 전에 정규직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게 생겼습니다."
공항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62살 노유진 씨는 지난해 정규직화 소식에 반색했지만, 지금은 기약이 없다며 한숨입니다.
"'정규직 돼서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들 이렇게 저한테 물어요. 정규직은 무슨 정규직이에요. 정년 전에 정규직을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두게 생겼습니다." (노유진 / 인천공항 미화 노동자)

지난해 12월 합의에서 노사는 '필요 시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까지 임시법인인 인천공항운영관리 주식회사를 거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용역회사와의 조속한 계약해제·해지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라고도 합의했습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이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지난 9일 정규직 전환 선언 1주년을 앞두고 인천공항 출국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합의대로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조속히 정리하고 정규직화를 서두르라는 요구사항도 구호에 담았습니다.

● "정규직다운 정규직? 아직까지는 아니죠"
그렇다면 임시법인에 채용돼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삶에는 변화가 찾아왔을까? 당장 고용불안은 덜었지만, 여전히 처우에는 실질적 변화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인현 씨는 1터미널과 2터미널을 순환하는 순환 버스 기사입니다. 용역회사에 고용된 비정규직이었지만, 얼마 전 소속된 용역회사와 공사가 맺은 계약 기간이 끝나며 임시법인에 소속된 정규직이 됐습니다.
"아직까지 크게 바뀐 건 없고요. 협상 중에 있고. 아직까지 임금은 전하고 똑같아요. (정규직다운 정규직이) 아직까지는 아니죠. 너무 느려요. 빨리 좀 전환이 돼서 정규직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남인현 / 임시법인 소속 정규직)

실제 공사의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합의한 여객·항공 생명안전 업무 직군(보안 검색, 경비, 소방) 비정규직도 지금은 임시법인에 채용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체적인 처우가 합의되면 다시 공사에 채용될 예정입니다. 노사는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채용 형식이나 임금체계를 설정하는데 아직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측은 비정규직 신규직원으로 채용하겠다며 기존 경력을 인정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기존의 근속과 숙련도 등을 반영해 임금 체계를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용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생기는 이윤을 정규직이 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100% 쓸지 말지를 놓고도 시각차가 있습니다. 사측은 합의 문구가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고만 돼 있어 전액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차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쳐나가는 데 불가피한 진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 문제는 기업의 이윤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려 협상에 임할 것이고, 노동자는 권리를 찾으려 협상에 임할 것이고, 그 평행선을 좁히는 과정은 늘 어렵습니다. 노사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협의회를 꾸려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느슨하고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점. 이 부분이 일단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입니다." (신철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공공부문의 직접고용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의 가장 첫머리에 내세운 약속입니다.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정규 노동의 문제를 나라가 공공부문을 통해 앞장서서 풀어 보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 변화의 가장 앞에 서 있습니다. 불안 노동을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인천공항 노사의 노력은 앞으로 다른 공공부문, 나아가 민간부문의 변화에도 전범이 될 것입니다.